26개 학교 내진보강시설 '위험'…지진나면 오히려 대들보 파괴

입력 2017-08-08 15:07  

26개 학교 내진보강시설 '위험'…지진나면 오히려 대들보 파괴

감사원 '국가 주요시설 재난대비실태' 감사…58건 적발

팔당댐 허가 조건보다 작게 건설돼 처리용량 부족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서울·경기 등 26개 학교의 내진보강시설(VES제진댐퍼)이 잘못 설계·시공돼 지진이 나면 오히려 대들보를 파괴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8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국가 주요시설 재난대비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재난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댐·저수지, 학교 등 공공건축물, 지하철, 공항, 항만 등의 재난대비실태를 ▲지진 ▲홍수 ▲화재대비 분야로 나눠 감사했다.

감사원은 3월 27일부터 20일간 32명의 인원을 투입해 국민안전처 등 2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지감사를 벌인 결과 총 5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지진대비 분야 = 충북교육청과 서울북부교육지원청 등 21개 교육청·교육지원청은 2014년부터 26개 학교에 139억 원을 투입해 VES제진댐퍼 공법으로 내진보강사업을 벌였다.

VES제진댐퍼는 지진 발생 시 점탄성고무패드가 지진충격에 저항함으로써 건물의 진동을 제어하는 장치이다.

26개 학교 가운데 24곳은 설치가 완료됐고, 2곳은 설계만 하고 시공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립서울현충원도 유품전시관에 VES제진댐퍼를 설치하기로 하고 설계까지 하고 아직 시공 전이다.

감사원은 이들 총 27개 시설의 실시설계업체들이 내진보강공사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VES제진댐퍼에 가해진 지진충격이 나머지 건물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안전성을 재검토한 결과 27개 시설 모두에서 지진 발생 시 VES제진댐퍼가 지진충격을 감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대들보를 파괴하는 것으로 검토됐다"며 "VES제진댐퍼 설치로 인해 내진보강사업 전보다 지진 안정성이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VES제진댐퍼 내진보강공사 실시설계 시 구조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축구조기술사 등에게 업무정지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하라고 했다.

또 교육청 등 발주청에는 해당 업체가 건축물 안전성 보강방안을 마련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통보했다.

농림부가 올해 1월 내진 설계가 필요한 594개 저수지 중 56개에 대해 내진보강 계획을 수립·추진(사업비 896억 원)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감사원은 "농림부가 20개 저수지는 이미 기준안전율을 충족했음에도 재차 사업에 포함해 320억 원의 비용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고, 기준안전율에 미달하는 13개 저수지는 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수대비 분야 = 팔당수력댐은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1966년 2월 국토부(당시 건설부)가 허가할 당시 계획홍수량은 100년 빈도 홍수량을 고려한 초당 3만4천400㎥임에도 한국수력원자력(당시 한국전력)이 실시설계를 하면서 계획홍수량을 초당 2만8천500㎥로 낮게 설정했다.

국토부는 허가조건과 다르게 신청한 팔당댐 실시설계를 그대로 승인하고 준공 처리했다.

국토부는 또 1979년 3월과 1993년 1월 '한강 수계치수 계획' 등을 고시하면서 팔당댐의 상·하류 계획홍수량을 200년 빈도 홍수량(초당 3만7천㎥)으로 높여서 고시했다.

국토부는 1995년 한수원의 팔당댐 운용 허가(점용) 연장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2025년까지 허가를 연장해줬다.

국토부는 1993년 1월 '한강 수계치수계획'을 고시하면서는 충주댐부터 팔당댐 상류 62m 지점까지만 계획홍수량(3만7천㎥/초)을 고시해, 팔당댐을 포함한 406m 구간의 계획홍수량이 누락됐다.

감사원은 "한강 상류로부터 팔당댐에 계획홍수량(3만7천㎥/초)이 유입될 경우 팔당댐의 수리능력 부족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팔당댐의 내진등급이 '특등급'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Ⅰ등급'으로 관리되는 점과 최대 홍수량이 유입될 경우 수문이 회전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적정 계획홍수량 등에 맞게 팔당댐 점용허가의 적정 여부를 재검토하고, 한수원 사장과 협의해 팔당댐의 적정 계획홍수위의 영향을 받는 교량·도로·제방 등의 치수능력을 증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사장에게 적정 계획홍수량에 맞는 팔당댐 수리능력 확보방안을 마련하고, 내진 특등급 분류와 팔당댐 수문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 지정대피소 추가지정을 비롯한 팔당댐 비상대처계획을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화재대비 분야 = 소방시설법 등에 따르면 소방시설관리업자가 소방시설을 자체 점검할 때는 소방시설관리사를 참여시키도록 규정돼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이뤄진 소방시설 자체점검에 관해 확인한 결과, 14개 소방시설관리업자가 134개 특정소방대상물의 자체점검에 소방시설관리사를 참여시키지 않고도 참여한 것처럼 거짓으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들 134개 특정소방대상물 중 3개 시설의 소방시설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경보설비를 꺼놓는 등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은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허위 보고서를 제출한 소방시설관리사와 이들이 소속된 14개 소방시설관리업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도록 하고, 134개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해서는 특별조사를 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2015년 이후 종료된 소방시설공사에 감리원이 상주했는지 확인한 결과 11개 공사 현장의 9개 소방공사감리업자가 감리원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데도 감리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거짓으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에게 경고 등 행정처분을 하라고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통보했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사라지고 소방청이 별도로 신설됐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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