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년] 중국 속에 파고든 '한국'…한류 드라마, K-POP 인기

입력 2017-08-20 06:23   수정 2017-08-20 10:09

[한중수교 25년] 중국 속에 파고든 '한국'…한류 드라마, K-POP 인기

한류 개척 선봉에 드라마…'질투' '가을동화' '대장금' 등 중국민 사로잡아

사드 갈등 여파로 '한한령'…한류 원천봉쇄로 문화 관광교류 큰 타격




(서울 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심재훈 특파원 = 드라마와 케이팝을 앞세운 '한류'는 중국인들을 파고들면서 경제,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류'는 수교와 함께 드라마를 앞세워 중국시장으로 뻗어나갔으며 케이팝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한껏 활기를 띠었지만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중국 내 한류 성공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한한령도 막지 못하는 한류의 힘이다.

문화계는 중국의 '한한령'이 풀려 한중 문화 교류가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한편,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류의 힘과 유연성을 더욱 키워나가야한다고 말한다.





◇ 1993년 '질투'부터 드라마 한류 시작…'태양의 후예' 정점

중국 내 한류의 시작은 드라마였다. 1993년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드라마 '질투'가 관영 CCTV를 통해 처음 수출된 뒤 지난 25년간 중국의 위성 채널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만 100여 편이 넘는다.

'한류'의 시초인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와 '대장금(2005년)'은 중국 내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황제의 딸' 시청률을 넘어서는 파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드라마 방영 제한 정책을 내세우면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내 한류가 주춤했다. 그러다 중국 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드라마는 다시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2013년 드라마 '상속자들'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에 독점 방영되면서 이민호 등이 특급 한류 스타로 떠올라 중국 춘절 최고 인기 프로그램 '춘완(春晩)' 무대에까지 오를 정도였다.

'별에서 온 그대'(2013년) 또한 아이치이를 통해 소개되면서 김수현과 전지현의 인기가 대륙을 덮었다. 이어 2016년에는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 상륙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중국의 위성TV에 억대를 받고 스카우트됐던 한 한국인 PD는 "한국의 경우 중국보다 실력과 외모를 갖춘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며 한국만의 철저한 각본과 촬영이 섬세함과 완성도를 높여 중국인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혁 주중 한국문화원장은 "1997년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2000년 HOT가 중국 공연을 하면서 한류라는 말이 중국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한중 수교 후 문화면에서 광범위한 관계 증진이 있었으며 특히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은 중국인이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 2016년 7월 한한령…드라마 방영 중단·K팝스타 공연 취소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중국 내 한류는 지난해 7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 터지면서 완전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전총국이 CCTV, 위성방송에서 한국 관련 방송을 전면 금지했으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도 제한했다는 문건이 나돌면서 '한한령'이 사실임을 보여줬다.

중국 연예 전문 SNS 매체인 촨메이취안은 한한령의 주요 내용으로 신규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투자 금지,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한국 아이돌 공연 금지, 한국 드라마 및 예능 협력 프로젝트 체결 금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중국 내 송출 금지 등을 언급했다.






중국의 지하철과 도로 광고판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송중기와 전지현이 나온 휴대전화와 화장품 광고는 자취를 감추고 중국인 모델로 바뀌었다. 중국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나 한국인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도 자취를 감췄다. 언제 한류가 있었느냐는 듯이 한류 자체가 퍼질 수 없도록 중국 당국이 원천 봉쇄한 상황이다.

'태양의 후예'처럼 중국 기업과의 합작·동시 방영 방식으로 진행되던 드라마들의 계획이 중단, 최소됐다. '푸른 바다의 전설'과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국 동시 방영이 결국 무산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작사와 PD들도 일거리를 잃게됐다.

중국 문화부의 공연 허가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한국 아이돌 공연이 허가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빅뱅, EXO 등 한류스타들의 중국 공연이나 팬 미팅은 대부분 취소됐다.

한재혁 문화원장은 "지금 한중 관계가 항상 좋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 국민의 공감대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상황에서 양국 문화 교류를 발전시킬 이 시점에서 되돌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류 콘텐츠 해적판 범람·노골적인 표절 횡행

더욱 큰 문제는 한한령을 틈타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 횡행하는 것이다. 한한령이 내려진 이후 중국 시청자나 팬들이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공짜'로 소비하게 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푸른 바다의 전설' '맨투맨' '도깨비' 등이 중국에 수출되지도 못했음에도 중국에서 이 드라마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는 이들 드라마 관련 뉴스와 이야기가 수십억 뷰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 게시물에 올랐다. 중국인들이 해적판을 통한 불법 시청을 통해 이들 드라마를 봤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한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표절도 심각하다. 한동안 한류 예능의 포맷을 정식으로 구입해서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해오던 중국 방송사들이 한한령을 틈타 돈 한푼 안 내고 노골적으로 표절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중국 후난 위성TV는 지난해부터 SBS '영재발굴단'과 유사한 '신기한 아이', tvN '삼시 세끼'를 모방한 '동경하는 삶', SBS '판타스틱 듀오'과 비슷한 '위샹허니창'을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tvN '윤식당'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그대로 베낀 후난TV '중찬팅'이 등장해 국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러한 해적판과 표절프로그램의 유통으로 한류업계의 손해는 막심하다. 거대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물론이고, 저작권과 재산권을 눈 뜨고 도둑질 당하는 데도 해결책이 없다.







◇ "격식있고 고급스러운 비즈니스로 가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내 한류의 성공사례는 이어졌다. 한한령도 막지 못하는 한류의 힘이다.

빅뱅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9)의 솔로 앨범 '권지용'은 지난 6월 월간 이용자 수가 4억 명에 달하는 중국 QQ뮤직에서 디지털 앨범 당 10위안(한화 1천654원)에 판매돼 공개 하루 만에 판매량 76만2천여 장을 기록했다. 매출은 12억6천여만원에 달한다.







중국 최대 음악사이트 인위에타이에는 엑소, EXID 등 한국 가수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으며 AOA는 올해 1월 두 곡이 차트에 동시 진입하기도 했다.

김기헌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 사무소 소장은 "이제는 한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라면서 "이제까지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몇 편을 중국에 수출했다는 등 규모에 치중하는 단순한 사업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격식 있고 고급스러운 비즈니스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큰 정치적 이슈가 있는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중국에서 여전히 잘 통하는 것을 볼 때 우리도 이제는 양보다는 질로 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필정 영화진흥위원회 중국대표처 수석대표는 "한국 영화라는 것을 내세우기보다 한국이 장점을 가진 기획, 영화 기술 등을 중국 시장에 접목해 중국 시장 속에서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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