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을 마주한 인류의 운명은…"지금 당장 행동해야"

입력 2017-08-08 16:09   수정 2017-08-08 16:20

해수면 상승을 마주한 인류의 운명은…"지금 당장 행동해야"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 신간 '바다의 습격'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만1천년전 해수면은 지금보다 정확히 122m 낮았다. 1만5천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대해빙이 시작됐다. 엄청난 양의 융해수(눈이나 얼음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가 북반구의 바다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바다는 유례없는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기원전 4천∼기원전 3천 년쯤 해수면 상승은 사실상 멈췄다. 그 사이 인류는 문명을 건설했다. 비옥한 강 하류의 삼각주와 해안 저지대에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바다는 19세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1880년 이후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은 약 20cm 높아졌고 많은 전문가는 이번 세기에 2m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번 세기의 해수면 상승은 과거 1만5천년전 해수면 상승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바다가 일으키는 해일이나 홍수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8천년전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수만명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수백만명이 사는 해안가 도시들도 많다.

고고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바버라 캠퍼스 명예교수는 '바다의 습격'(미지북스 펴냄)에서 해수면 상승이 가져올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며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다.

1억6천800만명의 사람들이 해수면 높이와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방글라데시는 가장 위험에 처한 지역 중의 한 곳이다. 잦은 사이클론과 홍수의 위협으로 벵골만 인근에 사는 1천700만∼4천만명은 2100년까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은 토양 침식뿐 아니라 토양 염도를 상승시켜 땅을 식물이 자라지 않는 거대한 염습지로 만드는 문제도 있다.

이미 몰디브와 투발루, 마셜제도 등 작은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내에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태평양의 마셜제도의 경우 전체 국민 5만5천명 중 1천200명이 이미 이주했고 일부 작은 섬 지역은 파도 아래 잠겼다. 신혼여행지로 인기 좋은 몰디브 역시 국토의 80%가 해발 1m 이하다. 국민의 42%는 해안가에 산다.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2012년 폭우와 강풍으로 해수면이 1.5m까지 상승하면서 도시의 70%가 침수됐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인구 밀집 도시가 홍수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 중 하나다.

바다의 습격에 대한 대비는 아예 해안가를 떠나거나 제방을 세우는 것이다. 카트리나를 겪었던 뉴올리언스의 주민 수십만명은 이주를 택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은 다시 되돌아왔다.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늪지와 습지, 맹그로브는 오랫동안 자연 방벽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자연 방벽은 사라졌고 네덜란드, 베네치아 등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공 방벽을 건설하고 있다.

저자는 어떤 방식이든 전세계 도시와 정부들에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관련돼 있고 반세기 또는 길어봐야 2세기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상황에서 기후 이주의 문제는 우리 증손자 시대가 아니라 당장의 국제적 관심을 요구한다. (중략) 우리가 곤경에 더 일찍 정면으로 맞설수록, 더 좋다. 우리 앞에는 지구의 제어라는 도전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최파일 옮김. 360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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