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개혁 구상을 밝혔다. 문 총장은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의 모습으로 변화하고자 한다"면서 "검찰이 바르게 서려면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국민 앞에 사과했다. 문 총장이 밝힌 개혁안의 골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검찰개혁추진단 구성 ▲잘못된 과거 사건 처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 등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주요 사건 수사 및 기소 과정의 적정성을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해 통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검찰개혁추진단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참여해 검찰의 독자적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았던 관행에서 탈피해, 스스로 외부 전문가 통제를 받겠다고 밝힌 것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검찰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2010년부터 이와 유사한 '검찰시민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지방검찰청과 지청에 64개 검찰시민위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검찰시민위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유명무실한 상태다. 검찰이 시민위원을 직접 선정하고, 검사의 요청이 있을 때만 심의가 이뤄지며, 심의 결과가 구속력을 갖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2008년 'PD수첩 사건' 때 임수빈 검사는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다가 옷을 벗었다. 당시 검찰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변호사인 임 전 검사는 최근 '검사는 문관이다'라는 책에서 검찰시민위의 법적 기구 격상, 위원 선정 시 검찰 배제, 직권 심의제 신설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검찰총장이 과거의 잘못된 사건처리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사법부와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오래전에 노무현 정부 시절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게다가 문 총장은 사법부나 국정원처럼 잘못 처리된 사건의 특징과 진상, 명예회복 방안 등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검찰만 유독 과거사 정리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문 총장의 이번 사과가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문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의 모두 발언을 공개하고 이례적으로 TV 생중계까지 허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개혁대상으로 자주 거론되자 여론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자신이 개혁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셀프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 문 총장이 제시한 자체 개혁 방안이 그나마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수사심의위에 법적 권한을 부여해 명실상부한 기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사 사과도 국민이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실질적인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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