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과…보상확대·재조사로 이어질까

입력 2017-08-08 18:17   수정 2017-08-08 19:39

대통령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과…보상확대·재조사로 이어질까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 지적…"진상 규명하겠다" 강조

피해자 가족들 "적극적인 피해 구제 약속에 많은 위로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등 원료를 공급했으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SK케미칼 등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라고 기업의 책임성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혹은 유통, 판매한 기업 15개 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개별 배상을 하는 기업은 PHMG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세 곳이다.

이들 3개 기업과 세퓨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시작했다.

폐업한 세퓨를 제외한 세 기업은 정부 조사에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거나(1단계), 가능성이 크다(2단계)는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1∼2단계 피해자들과의 합의는 거의 마무리됐으나,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이 적거나(3단계), 없다(4단계)고 판정받은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들이 출자하는 특별구제계정(1천250억원)만이 보상받을 유일한 길이다.

게다가 제조업체 SK케미칼과 CMIT·MIT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애경, 홈케어 등 10여개 기업은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있음에도 개별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관련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CMIT·MIT가 폐 손상과 연관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기업들이 이를 무시하고 배상을 강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사람을 다치게 했음에도 계속해서 보상하지 않는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보상 기준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도 이번 대통령과의 만남이 정부의 협소한 피해자 판정 기준에 변화를 줘 보상 범위를 넓히고 SK케미칼 등 처벌받지 않은 가해 기업들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바라고 있다.

면담에 참여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대표는 "사태가 발생하고 세 번째 정부인데 지금까지는 정부가 기업에 구상권만 청구하고 그 외 부분은 책임지려하지 않아 피해자도 협소하게 규정되고 보상 진행도 느렸다"며 이전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강 대표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시간 동안 피해자들의 말을 경청하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를 하고 책임지겠다고 약속해 모두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가해기업들을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촉구했고, 대통령도 최선을 다해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니 기업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amj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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