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독재 본색'…제헌의회 '국가 최고기관' 셀프 법령(종합)

입력 2017-08-09 07:00  

베네수엘라 '독재 본색'…제헌의회 '국가 최고기관' 셀프 법령(종합)

대법원, 2주새 4번째 반정부 인사 체포명령…차카오 시장 15개월 징역형

야당의원 의사당 출입 저지…해임된 오르테가 검찰총장 "난 여전히 검사"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독재 비판을 받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야권과 반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탄압이 거세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이날 모든 정부 기관보다 제헌의회가 우위에 있음을 선포하는 법령을 가결했다.

이는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나 다른 정부 기관이 제헌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제헌의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기존 의회가 평소 사용하던 의사당에서 이같이 의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의사당 출입을 저지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간 개헌 권한을 갖는 제헌의회가 정치혼란을 해소하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야권과 국제사회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난 제헌의회가 마두로 정권의 독재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제헌의회가 헌법 개정은 물론 의회의 면책특권 박탈, 반정부 인사 탄압, 심지어 대통령 임기 연장 등의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대법원은 또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로 떠오른 차카오 시의 라몬 무차초 시장에 대해 징역 15개월형을 선고했다.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대법원은 무차초 시장이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는 것을 봉쇄하지 않은 데다 이들이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결하고 무차초 시장의 해임과 체포를 명령했다.

대표적 반정부 인사로 가택연금 중인 레오폴도 로페스가 전임 시장으로 활동했던 차카오 시는 수도 카라카스 동부에 있는 도시로 반정부 시위대의 주요 집결지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과 약탈 등으로 최소 124명이 사망했지만, 제헌의회 선거 이후 야권 연대에 참여 중인 주요 정당이 오는 12월 10일 치러질 23개 주의 주지사 선거에 참여하기로 해 반정부 시위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무차초 시장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지역에 있는 에모리 대학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2013년 우파 야권 후보로 나서서 당선됐다.

무차초는 최근 2주 사이 대법원이 내린 체포명령의 대상이 된 4번째 야권 출신 시장이다. 대법원은 카라카스 근교의 시장인 다비드 스몰란스키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 명령을 내렸다.

무차초 시장의 행방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서 "모든 혁명적인 불의의 무게가 헌법에 명시된 시위권을 보장하려던 내 어깨 위로 떨어졌다"며 대법원 판결을 비난했다.


베네수엘라 정권의 반정부 인사 탄압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개헌을 명분으로 선거를 거쳐 탄생한 제헌의회는 첫 조치로 정권에 비판적인 루이사 오르테가 전 검찰총장을 해임한 바 있다. 오르테가 전 총장은 공직 영구 박탈, 재산 동결, 출국 금지 등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오르테가 총장은 해임 하루 뒤인 지난 6일 카라카스 안드레스벨로 대학서 열린 헌법수호 포럼에 참석, "나는 여전히 이 나라의 검사다"라며 "지금 이 나라에는 정부가 없다. 제헌의회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58년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목장주 딸로 태어난 오르테가는 카라카스의 산타마리아대와 안드레스벨로대에서 형법학을 공부한 뒤 제3의 도시 발렌시아에서 마르크스주의 비밀 게릴라 단체의 법률 담당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9년 국영 TV 법률 고문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오르테가는 당시 우고 차베스 전 정권을 겨냥한 쿠데타 기도 등을 매끄럽게 처리해 정권의 신임을 얻어 2007년 임기 7년의 검찰총장에 올랐다.

2014년 총장 연임에 성공한 오르테가는 지난 3월 "친정부 성향의 사법부가 의회 권력을 빼앗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한다"며 마두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반정부 시위 과잉 진압에 따른 인권 유린과 제헌의회 선거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하며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 총수로 차베스 정권은 물론 후계자를 자처하는 마두로 정권에서 몸담은 오르테가가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에 오르는 것을 피하고 미래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거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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