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방전쟁·화염" vs 北 "전면전쟁·괌타격"…말대말 전쟁
'트럼프-김정은 예측불허 성향'에 대화 실마리도 안보여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전쟁' '불바다'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9일 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휴가 중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 마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 5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이 '말 대 말'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형국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불가측한 부분이 많아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레토릭이 세지면서 생겨난 상승효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리아를 공격할 때도 여러 차례 긴급회의를 열어 결정하면서 절차를 중시했다"며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도 함께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을 책임지는 전략군 대변인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앤더슨공군 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괌에 대한 포위사격은 괌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인 3천200㎞를 날아갈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이러한 전술을 꺼내 든 것은 역설적이지만 추가적으로 미국 압박용으로 보여줄 카드가 소진된 결과로 보인다.
5차례 핵실험으로 소형화된 핵탄두 기술을 보여줬고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발사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보여줬다. 기술적으로 핵미사일의 완비 능력을 전부 보여준 셈이다.
미국의 정보당국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지난달 결론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포위사격을 한다는 것은 핵미사일 보유라는 기술적 능력을 최대치로 전부 보여줘 카드가 소진된 상황에서 운용적 측면을 과시해 위기지수를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된 괌을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한 것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 전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는 사거리 500㎞인 스커드-C급 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해 부산, 포항, 김해 등 미군 전력의 투입지역이 사정권임을 보여줬고, 3월에는 비행 거리는 약 1천여km의 스커드 ER 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해 오키나와 등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능력도 보여줬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선제타격, 예방전쟁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한, 일본에 이어 괌까지 미사일 타격범위에 들어와 있음을 실증해 미군의 대한반도 접근 저지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8월 하순에 치러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계기로 재래식 전력까지 가담해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미 간의 대립과 이로 인한 위기는 양측 모두 위기임을 인식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양측의 노력이 안 보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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