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9년전 대지진에 이어 또다시 강진을 겪은 중국 쓰촨(四川)성 주민들의 대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곳곳에서 사전에 지진 경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됐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9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2008년 5월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했던 원촨(汶川)현을 포함한 쓰촨성 여러 지역에서 지진발생 수십초전에 지진 경보가 발령됐다.
원촨현 방송에서 지진발생 40초전에 지진을 알리는 경보가 화면에 떴다고 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이용자가 전했다.
원촨현 문화체육광전신문출판국은 이번 경보는 3년전부터 가동한 지진 예보 시스템에 따른 것으로 이번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 지진 발생시 이 시스템이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청두(成都)시, 광위안(廣元)시, 미엔양(綿陽)시, 아바시 등의 11개 학교에서도 지진발생 5∼38초 전에 학생들에게 웨이보 등으로 지진 경보를 전달했다.
간쑤(甘肅)성 룽난시, 산시(陝西)성 한중(漢中)시에서도 지진경보가 사전에 전달됐다. 이번 주자이거우 지진은 산시성 시안(西安)에서도 감지됐다.
규모 7.0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사전 대피를 통해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모두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8년 원촨대지진이 8만6천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자이거우현 마자(馬家)향 마을의 류옌룽(劉彦榮) 부향장은 신화통신에 "(주민들의 대응이) 원촨대지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9년전 대지진을 겪어서인지 대부분 주민들이 차분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진발생 당시 마을 행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귀가하던 길에 차가 크게 흔들리길래 큰 트럭이 지나가면서 생긴 풍압 때문인 줄로 알았다가 뒤늦게 지진을 감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차를 세우고 지켜봤으나 길가 주변의 주민들에게선 큰 놀라움이나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며 "원촨지진 때는 빈터에 텐트를 치고 대피한 주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너진 가옥이나 부상한 사람도 보지 못했으며 지진으로 정전됐다가 곧 전기가 들어오자 밖으로 뛰쳐나왔던 주민들도 대부분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쓰촨성 지진예보실험실의 왕둔(王暾) 주임은 중국의 지진 예보망이 커버하는 면적은 220만㎢로 인구가 밀집한 지진 다발 지역의 90%를 차지한다며 이미 2013년 루산(蘆山) 지진 때도 성공적으로 가동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진예보망 범위에 들어와 있는 6억5천만명 인구 가운데 지진 경보를 전달받는 사람이 2%도 안된다는 점을 맹점으로 지적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