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사태-김지석 별세-김동호·강수연 동반사퇴
영화계 "서병수 시장 사과부터 해야 실마리 풀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김재홍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 12∼21일)를 불과 두 달가량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대회가 제대로 치러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제 지휘부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의 동반사퇴 입장 발표는 그동안 이어진 악재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다.
물론 올해 대회는 치른 뒤 10월 21일 폐막식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사무국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와 밖에서 영화제를 보는 시선 등을 볼 때 영화제를 무난하게 열 수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9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당해 대회 개최 기자회견은 통상 영화제 개막식 한달 전에 열린다. 이 일정대로라면 다음 달 초순에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대회 영화 초청작 수, 개막작과 폐막작, 확정된 주요 프로그램, 해외 유명 초청인사 등을 발표한다.
기자회견 일정을 감안하면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영화 초청 업무는 프로그래머들이 주로 맡아 하지만 영화제 협찬사 유치, 주요 초청인사 확정 등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사실상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점인 데다 두 지휘부가 사퇴를 선언한 마당에 이 같은 주요 업무가 정상적으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동반사퇴 발표에 앞서 5월 18일 부산국제영화제 창설멤버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이자 부집행위원장의 별세는 영화제로서는 큰 손실이었다.
그는 프랑스 칸영화제 현지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당시 이용관 중앙대 교수(이후 집행위원장 맡음), 영화평론가 전양준 씨 등과 의기투합해 영화제를 기획했다.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로서 20여 년 동안 아시아영화 발굴에 앞장서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수석프로그래머로서 역할을 했다.
BIFF 사무국 관계자가 "김 수석프로그래머가 떠난 후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았지만 국내에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빈자리는 컸다.
지역 축제로 시작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잘 나가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추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다이빙벨' 사태부터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동반사퇴란 지금의 악재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빙벨' 사태는 2014년 9월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의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영화제 측과 겪은 갈등을 말한다.
2년여간 지속한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 서 시장의 조직위원장 자진사퇴, 이용관 집행위원장 검찰고발, 국내 영화계 9개 단체의 영화제 보이콧, 정관개정 등 갖은 일을 겪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전직원이 지난 8일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발표한 성명에서 서병수 시장의 공개 사과를 첫 번째로 요구한 것은 영화제 위상 추락의 근본 원인을 다이빙벨 사퇴로 보기 때문이다.
사무국 직원들은 "서 시장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농단 사태의 직접 실행자로 부산국제영화제 파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은 서 시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과 함께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계 인사 대부분도 사무국 직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남송우(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공동대표는 "향후 영화제의 발전 방안과 서병수 부산시장 사과 요구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폭넓은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각계의 사람들이 모여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을 중심으로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성장했다"면서 "영화제 운영에 시민의 혈세가 상당 부분 지원되고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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