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새로 보직을 받거나 진급한 군 수뇌부의 신고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입니다.
아래는 신고식에서 문 대통령이 경례를 받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군 신고식에서 장성들은 항상 칼(검)을 들고 있으며, 대통령은 이 검에 무언가를 달아줍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먼저 장성들이 들고 있는 검은 '삼정도' 혹은 '삼정검(三精劍)'이라고 부릅니다.
삼정검은 우리나라에서 준장 진급자 이상에게 수여하는 검입니다. 조선 시대 '삼인검(三寅劍)'을 모델로 전두환 대통령 때부터 의례용으로 만든 검입니다.
육ㆍ해ㆍ공이 일치단결해 호국과 통일, 번영에 기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2006년 참여정부 때부터는 외날의 칼에서 양날의 검으로 바꾸면서 이름도 삼정도에서 삼정검으로 달리 불렀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칼집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 신고식에서 대통령은 '수치'라는 것을 검에 달아줍니다.
수치(綬幟)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유공 단체를 포상할 때 달아주는 끈으로 된 깃발입니다.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검에 달아주는 수치에는 장성의 보직과 이름, 임명 날짜 그리고 수여할 당시의 대통령 이름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진기사에 '대통령이 삼정검(삼정도)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라는 설명을 자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는 이 의식과 비슷한 발음으로 '삼전도의 수치'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병자호란 때인 1637년 1월, 남한산성에서 40여 일을 버티던 인조는 엄동설한에 지금의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삼전도(三田渡)'로 내려와 청 태종 홍타이지 앞에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한 뒤 아홉 번 이마를 찧는 방법으로(삼배구도구) 처절히 항복했습니다.
우리 역사 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입니다.
호란이 끝난 뒤 청 태종은 자신의 공덕을 새긴 기념비를 세우도록 조선에 강요했고 그 결과 지금도 남아 있는 삼전도비가 세워졌습니다.
삼전도에서 삼정검으로 검의 양식과 이름을 바꾼 것도 이 삼전도가 연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이 장성에게 검을 하사하는 일은 단순한 형식이나 의례가 아닙니다.
다시는 이런 치욕이 없도록, 진정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이 되어달라는 소망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대신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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