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퇴 앞두고 마지막 인천 방문경기…SK·NC 선수단 함께 행사 준비
이호준 "전혀 몰랐다…전광판에 내 얼굴 나와서 깜짝 놀라"
(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 선수들은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정규시즌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 앞에 도열했다.
SK 구단에서 '정의윤 1천 경기 출장 기념행사'를 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NC 최고참 이호준(41)도 별다른 생각 없이 동료들과 함께 더그아웃 앞에 섰다.
이때 SK가 자랑하는 초대형 전광판 '빅보드'에서 정의윤이 아닌 이호준의 SK 시절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이 끝난 뒤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호준을 위해 양 구단이 몰래 마련한 '깜짝 기념식'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이었다.
지금은 NC 선수단의 '큰형님'인 이호준은 2000년 SK 창단 때부터 함께했던 '인천야구의 역사' 가운데 한 명이다.
이호준은 신생팀 SK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했고,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역할까지 했다.
SK의 한국시리즈 세 차례 우승(2007년, 2008년, 2010년) 모두 이호준과 함께였다.
이날은 이번 시즌 NC가 마지막으로 인천을 찾는 날이다.
NC 구단에서 8일 '이호준이 SK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안 되겠냐'고 제의했고, SK가 흔쾌히 받아들여 행사가 성사됐다.
영상이 끝나자 이호준은 홈 플레이트 뒤에서 팬들에게 간단한 고별사를 남겼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호준은 "눈물이 날 것 같다. 오랜 시간 문학에서 뛰었고, 처음 이곳이 생긴 날도 기억난다. (선수로) 마지막이라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팬들에게 고개 숙였다.
SK 주장 박정권(36)이 이호준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기념행사가 마무리됐다.
이호준 영상을 상영하고 꽃다발을 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안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장을 찾은 팬들은 이호준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이호준은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4회 초 무사 1, 2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볼넷을 골라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이호준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행사는 전혀 몰랐다. 정의윤 시상식이라고 해서 일렬로 섰는데, 내 영상이 전광판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박석민 선수와 SK 박정권 선수를 비롯한 후배들이 준비한 거라 하더라. 후배 선수와 SK 구단 모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이호준의 마지막 목표는 NC의 창단 첫 우승이다.
그는 "지금은 팀 우승에 보탬 되는 게 목표다. 당장에라도 팀에 도움이 안 되면 옷 벗을 각오로 임한다"고 각오를 전하고는 "그동안 은퇴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접하니 찡한 기분이 들더라. 은퇴식 때는 울 것 같다"며 웃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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