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절대평가 도입 시 급격한 변화 부담…최상위권 수험부담은 경감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방향에 대한 두 가지 시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단계적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면 절대평가를 할 경우 수능 체제를 넘어 입시제도 전반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달 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어쩌다 보니 91점을 받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는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이튿날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대입수능시험 절대평가 전환 문제로 뜨겁게 논의했다. 저는 단계적 확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 통합과목·제2외국어만 전환 시 국어·수학 '승부처'
수능 시험에 포함되는 7개 영역 가운데 정부의 '1번' 시안처럼 일부 과목을 상대평가로 남겨둘 경우 국어와 수학이 수능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주요 과목인 사회·과학·영어가 모두 절대평가인 만큼 대학이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국어와 수학의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각 대학은 상대평가로 남아 있는 국어, 수학, 탐구과목의 반영 비중을 일제히 높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1안대로라면) 정시모집에서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영역은 국어와 수학 등"이라며 "수험생들은 두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생과 대학 입장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가 미흡한 학생이나 재수생·검정고시생이 재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1번 안을 선택할 경우 수능 체제 변화가 크지 않아 대입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대로라면 문제풀이 중심의 암기식 교육 등 교육분야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평가 과목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수학으로의 '과목 편식'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탐구영역의 경우 '아랍어 쏠림' 현상처럼 표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도 생길 수 있다.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수업을 위한 교실 개혁 역시 국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 때문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와 수학, 탐구만 현재처럼 상대평가로 하면 대학에서는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더라도 변별력 확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 안은 정책 안정성과 수험생 부담 측면에서 큰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 전면 전환 시 최상위권 학습량↓…과목 간 상쇄 효과 없어 부담
교육부가 고심하는 2번 안은 1번 시안과 같은 영역의 시험을 치르되 모두 절대평가를 하는 안이다.
이 시안을 택한다면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 상대평가 과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어지고,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활성화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만 학습량이 줄어들 뿐 상위권부터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학습량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덕 소장은 "항상 9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부담이 줄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여전히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목 간의 상쇄 효과가 없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한 과목을 잘해서 다른 과목의 부진한 점수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어와 수학 모두 90점을 받은 학생이 수학에서는 89점을 받고 영어를 100점 받은 학생보다 좋은 등급을 받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정시전형 축소로 재수생과 검정고시생들이 상대적으로 대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더해 학생부 전형이 확대되면서 내신 부담과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모든 과목이 절대평가가 되면 논술 축소·폐지 기조와 맞물려 면접을 비롯한 변별력 있는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새로운 전형에 적응하기 위한 사교육이 늘어나면서 절대평가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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