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분 도용자인지 당사자인지 확인 안 돼 출금조치 불가"
(안산=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경찰이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국내 체류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 불법체류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도 늑장 수사로 일관하다 용의자가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A(69·여)씨의 신분증을 든 B(중국 국적)씨가 안산시 단원구의 한 동사무소를 찾아 맞춤형 복지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사무소측은 4월 26일 부양의무자인 A씨의 자녀 4명에게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A씨 자녀들은 동사무소측에 "어머니는 20여년 전 가출해 연락이 끊긴 상태로, B씨는 어머니 명의를 도용한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B씨는 한때 아버지와 잠시 동거하다가 어머니 신분증을 훔쳐 집을 나간 사람이니 처벌해달라"고 답했다.
이에 동사무소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5월 25일 주민등록법 위반 사건이 의심된다며 안산단원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 A씨 가족들을 통해 같은 진술을 확보했으나 A씨의 법률상 남편인 C(75)씨와 잠시 동거했다는 B씨의 인적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A씨 명의로 된 안산 단원구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한 차례 방문해 탐문수사를 벌였고, B씨를 만나지 못하자 철수한 뒤 사건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7일 B씨가 재차 동사무소로 전화 연락을 해 복지급여 신청서 접수 여부를 확인하자, 경찰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달 10일 경찰서 출석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B씨를 직접 만나 임의동행을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후 B씨는 A씨의 신분증을 이용해 같은 달 12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전세보증금 4천만원도 그대로 두고 급하게 떠난 것으로 보아, 출국한 여성은 A씨 신분을 도용한 B씨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찰의 늑장 수사 탓에 현재까지도 복지급여를 신청한 여성이나, 중국으로 출국한 여성이 A씨인지, 아니면 A씨 신분을 도용해 거주해 온 B씨인지 명확하게 결론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수사가 지연된 건 사실이지만, B씨의 인적사항을 모른다고 해 확인할 수가 없었다"라며 "2001년 B씨가 동사무소에 제출한 서류에서 증명사진을 확보했으나, C씨는 A씨와 B씨가 닮아 구분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추정만 갖고 A씨에 대해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중국으로 달아난 여성의 행방을 쫓는 한편, 20여 년 전 가출한 A씨의 행방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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