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 여성, 시하다 = 김혜순 시인의 시론집.
시인은 한국 문학에서 여성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내 몸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시한다'는 것은 내가 내 안에서 내 몸인 여자를 찾아 헤매고, 꺼내놓으려는 지난한 출산 행위와 다름이 없다. (중략) 그리하여 '시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이 껍질인, 이 외부적으로 관계를 맺는 자아인, 시적 화자인 내가 아니라 내 속의 여자가 나로 하여금 여자를 낳도록 독려하는 것이다."('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음으로' 중에서)
강은교, 고정희, 김승희, 김정란, 최승자의 시와 오정희의 소설을 들어 '여성이 시한다'는 것의 의미, 여성시인과 작가가 남다른 발성법과 언어체계, 상상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10편의 글들을 묶었다.
문학동네. 235쪽. 1만5천원.
▲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서평가 이현우가 프리드리히 니체를 비롯해 니체가 영향을 미쳤던 니코스 카잔차키스, 서머싯 몸, 밀란 쿤데라의 문학 세계를 안내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시작으로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최후의 유혹', 몸의 '달과 6펜스', '인생의 베일', '면도날', 쿤데라의 '정체성'·'농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해설한다.
같은 주제로 한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마음산책. 252쪽. 1만3천500원.
▲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 '일본 경제소설의 개척자'로 불리는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의 유작 에세이.
시로야마는 기업과 조직의 생리, 직장인들의 애환을 묘사한 경제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작가다.
2002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작가는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글들을 썼다.
책은 작가 사후 작업실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고들을 딸이 모아 펴낸 것이다. 일본에서는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예문아카이브. 이용택 옮김. 244쪽. 1만2천원.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 존 위너커 엮음. 역사상 유명한 작가들이 글쓰기의 원칙과 작가의 자질에 관해 남긴 어록들을 묶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윌리엄 서머싯 몸, 잭 케루악, 조지 오웰, 레이먼드 카버, 레프 톨스토이, 버지니아 울프, 아이작 아시모프, 스티븐 킹 등 작가 외에도 칼럼니스트, 편집자, 출판계 종사자 등 400여명의 조언을 담았다.
책을 번역한 소설가 한유주는 "이 책의 모든 조언을 따를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친구처럼, 동료처럼 느껴지는 조언들을 마음속에 새긴다면 홀로 용감하게 계속해서 글을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다른. 24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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