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먼저" vs "일단 쉬자"…유럽 정상들의 여름휴가 '면면'

입력 2017-08-10 11:54  

"일 먼저" vs "일단 쉬자"…유럽 정상들의 여름휴가 '면면'

'업무파' 佛마크롱·伊젠틸로니…英메이·獨메르켈은 3주간 휴가 만끽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여름 휴가를 유별나게 중시하는 유럽에서 각국 정상들이 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정치적 위기 상황을 고려해 여름 휴가를 미루거나 축소하는 정상이 있는가 하면, 일단 덮어 놓고 푹 쉬는 정상까지 그 면면이 다양하다.






'업무파' 정상으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 주자다.

취임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한 노동법 개정 등 산적한 현안 앞에 아직 이렇다 할 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 궁이 이날 각료회의를 마치고 "(대통령이) 국내에서 며칠간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아직 언제 어디로 떠날지 알려지지 않았다. 엘리제 궁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언제, 어디에서 휴가를 보내든 전직 대통령들처럼 호화로운 휴가를 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간 르파리지엥은 지난 8일자 기사에서 "9월까지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블링 블링(bling bling·화려한)' 휴가를 피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장관들에게도 2주간의 휴가를 주면서도 비상사태를 대비해 바로 소집 가능한 파리 내에 머무르라고 지시했다.

NYT는 프랑스 장관들은 최근 일터 밖에서는 이메일 지시를 받지 않도록 한 프랑스의 새 법안을 적용받지 못하는 게 명백해졌다고 풍자했다.

이웃 나라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대열에 합류했다.

난민 문제로 열을 식힐 틈이 없는 젠틸로니 총리는 8월 중 연달아 내각 회의에 참석한다. 8일에는 유엔 리비아 특사와 회담도 치렀다.






국내외에서 정치적 압박에도 구애받지 않고 휴가를 즐기는 정상도 있다.

지난 6월 총선에서 패배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늪'에서 빠져나와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3주간의 휴식을 만끽했다.






브렉시트 협상 주체인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휴가길에 오른 것은 마찬가지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달 말 "브렉시트 협상 관계자들은 향후 수 주 동안, 8월 내내 매일같이 영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오스트리아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또한, 이달 중 상당 기간 낚시를 하러 갈 것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3주간의 '장기 휴가파'이긴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며 그의 휴식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메르켈 총리는 현재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다.

괴테대학의 니콜라 푹스-델른 교수는 "문화적으로 완전히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며 "정치인들이 휴가에 돌입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가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영향을 미칠만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피해 잠시 멀어져 있는 것 또한 메르켈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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