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발언" 거센 비판 속 일각 "트럼프 中겨냥…韓무기배치 늘려라" 옹호
(서울·뉴욕=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극단적 언급을 한 것을 놓고 미국 주류 언론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북핵 사안의 엄중함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대체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만큼 '극약처방'이 필요해진 시점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발언들은 북핵 대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번 발언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더이상 비스니즈맨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운용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절제된 리더십이 요구되며, 지금이 바로 그때"이라고 지적했다.
설사 중국 등을 염두에 두는 전략적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역대 대통령들의 계산된 접근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군사옵션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의를 환기하지 않는가"라며 군장성 출신 인사들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브 장관의 지속적인 외교적 접근과 병행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것만이 무력충돌을 막고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이슈'에서 강경보수 시각을 대변해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사이의) '말의 전쟁' 극장의 주요 관객은 베이징에 있다"면서 북한의 '생명줄'인 중국에 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싶다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서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정은은 핵 억지라는 목표에 가깝게 다가간 만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중국은 더 강한 행동이 미국의 선제공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예를 들어 북한으로 가는 원유를 제한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화염과 분노' 발언의 또 다른 청취자는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북한의 지도층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들이 김정은의 핵 노선에 의해 불행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선의 자기보호 방법은 김정은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레짐체인지(정권교체)와 통일은 북한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 번의 강경 발언만으로 중국과 북한 내부의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기업과 금융기관, 개인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것)를 부과함으로써 심각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미국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믿게 하려면 그 지역(한반도)에 더 많은 군사적 자산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의 핵·화학·재래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공격'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는 당근과 함께 믿을 만한 몽둥이가 있을 때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비록 대통령의 발언에서 통상적인 외교 격식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옳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비판론과 관련해 "대통령의 포인트는 증가하는 북한의 위협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장법을 사용한 책임은 있을지 몰라도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막지 못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는 미국의 신뢰를 덜 훼손했다"고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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