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양질 노동력으로 제조업에 유리…유아용품 산업도 비전"
(호찌민<베트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인구 1억에 육박하는 베트남은 우리에게 '포스트 중국'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모든 면에서 중국보다는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김태곤(62)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호찌민지회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제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고, 여전히 투자진출이 유리한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지회장은 이날부터 사흘 동안 호찌민 롯데 레전드 호텔에서 14개국 월드옥타 아시아 지역 지회장과 간부, 차세대 무역인 그리고 한국 지자체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월드옥타 아시아대표자대회 및 차세대 통합 창업 무역스쿨'을 개최한다.
김 지회장은 우선 현재 베트남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공식적인 인구 통계는 9천500만 명으로 잡혀있지만 인구센서스가 허술하기 때문에 1억 명은 훨씬 넘는다고 봅니다. 시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하죠. 거기에 값싸면서도 양질의 노동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제조업 진출은 여전히 유리하죠.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태국을 뛰어넘어 곧 '동남아시아 맹주'로 자리매김할 나라입니다."
그는 서울의 인구와 비슷한 1천100만 명의 호찌민을 '동남아 제조업의 허브'라고 명명했다. "아주 다이내믹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베트남 전체 국민소득은 2천500달러지만 호찌민만 놓고 보면 6천 달러가 넘으며, 곧 1만 달러를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한국은 베트남 투자 진출국 1위이고, 투자 액수로도 2015년 기준 451억 달러로 단연 선두주자다.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현재 이 나라에는 1만여 개 외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한국 기업만 3천여 개에 달한다. 한국 제조업계가 생산공장을 이 나라에 두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자 많은 기업체가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 지회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한인 인구를 14만 명으로 추산했지만, 지금은 영사관에서조차 통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오고 있다"며 "베트남 내수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전 세계 지장 진출을 위해 교두보로 삼으려는 기업이 이 나라 전역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나라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진출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그는 조언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오늘이 어제와 같고, 어제는 또 내일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요. 1년 내내 똑같은 날씨 때문이죠.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달라요. 4계절이 있기에 늘 준비를 하다 보니 '빨리빨리' 문화가 있어요. 이 문화를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보니 삐걱거리는 겁니다. 또 우리는 속을 보이지만 이 사람들은 속을 전혀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차분한 스터디가 필요합니다."
월남전쟁에 참전한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당시 한국군을 '미군의 용병' 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아 우리가 판단하는 것만큼 한국에 대한 악감정은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망한 진출 업종으로 영·유아용품 산업을 꼽았다. 한국은 '인구 절벽'이지만 이 나라는 10가정 중 3가정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가난했던 1세대들이 후세에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현지의 분위기도 이 분야를 유망하게 하는 요소다.
울산광역시 출신인 김 지회장은 1993년 베트남에 진출해 우여곡절을 겪다가 IMF가 터지면서 귀국했다. 2004년 다시 베트남 땅을 밟은 그는 김치 제조·유통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고 2년 전부터는 커피 제조·유통 사업을 벌이고 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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