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경합하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10일 베이다이허 회의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펑(李鵬) 전 총리 등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으나 장 전 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국 정계의 한 소식통은 "장쩌민이 이번에 확실히 베이다이허에 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리펑 부부 등 원로들이 일찍 도착했다. 그 바람에 건군 90주년 경축대회 등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 전 주석이 장외에서 자신의 마지막 영향력을 과시하며 최후의 권력투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쉰은 그 예로 최근 사망한 선다런(沈達人) 전 장쑤(江蘇)성 서기의 영결식에 베이다이허 회의에 불참한 장 전 주석이 조화를 보내 건재를 과시한 점을 들었다.
지난 6일 난징(南京) 빈의관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시 주석을 포함한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중국 공산당 원로들의 조화가 전달됐는데 이중 장 전 주석의 조화도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리펑 전 총리도 부인 주린(朱琳) 여사와 공동으로 조화를 보냈고 장 전 주석의 실세 측근이었던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허궈창(賀國强)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도 조화 행렬에 가세했다. 리 전 총리는 보수파 원로로 장 전 주석의 정치적 동반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중국 공산당은 원로간부의 사망 시 그 장례 규모와 의전 등급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다.
한 소식통은 이 문제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전직 최고지도자가 사망자와 그 가족에게 조화를 전달함으로써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면 나머지 원로들도 이를 따르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장 전 주석과 같은 장쑤성 출신의 선 전 서기는 장쩌민 임기 중에 고향인 양저우(揚州)를 적잖이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 전 서기 영결식을 기회로 자신의 건재와 영향력을 과시하는 한편 현재 원로중 가장 두뇌회전이 빠르고 건강상태가 양호한 리 전 총리 부부를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리인으로 보냈을 것이라는 게 보쉰의 추정이다.
여기에 장 전 주석의 건강상태가 이전만 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수 원로가 19차 당대회로 체제가 바뀌기 전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 주석의 권력집중에 마지막으로 맞설 기회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다이허 회의 개최 기간에 네이멍구(內蒙古) 후허하오터(呼和浩特) 회의에 나타났던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도 원로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려 했다.
장쩌민 계열로 여겨지는 위 주석은 당시 회의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을 핵심으로 한 중국 공산당 원로의 공로를 특별히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중난하이(中南海) 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는 이미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원로들이 당장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최후의 결전이 예고돼 있다"며 "대결구도는 19차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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