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급할 急(급)인가 공급할 給(급)인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정부가 미리 계약한 기업에 전력사용 감축을 지시하는 것을 업계에서는 '급전 지시'라고 부른다.
이 지시의 근거는 2014년 도입된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시장 제도다. 이 제도에 참여한 기업들은 전력사용 감축 등을 통해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급전'의 한자 표기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언론 대부분에서는 예고없이 급하게 전력수요 감축 지시가 내려온다는 의미로 '急電'이라고 표기해 왔는데 정치권과 산업통상자원부가 '給電'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전(給電)의 사전적 의미는 '전력사업에서 발전소, 변전소, 송전선, 배전선 등의 여러 설비를 종합적, 합리적, 경제적으로 운용해 가정이나 공장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급전지시의 급이, 긴급할 때의 급(急)자를 쓰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급수(給水)처럼 전력공급을 일컫는 말"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도 9일 보도해명자료에서 "기사에서 '급전(急電)'으로 언급한 부분은 '급전(給電)'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DR제도 관련 전력감축 지시는 결국 기업이 전력 사용을 줄여 다른 곳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는 의미라 '給電'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急電'이 아니라 '給電'이 맞다고 주장해 온 곳은 주로 환경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전기 사용을 줄이라는 긴급 지시라는 뜻에서 '急電 지시'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정부가 '급전'의 한자 표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급전 지시에 대해 탈원전 반대 진영이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판의 핵심은 정부가 탈원전 논리를 위해 전력 수요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와중에 급전 지시가 예년보다 자주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앞으로 수요자원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장차 일반 가정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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