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쟁명 보도…"안방·완다 조사도 혁명원로가족 이권 타격 일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혁명원로의 2, 3세대 자녀들이 올 가을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정치권력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 같은 시도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진노를 산 뒤 철저히 분쇄됐다고 홍콩 매체가 보도했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중문판은 11일 홍콩 시사잡지 쟁명(爭鳴)을 인용해 신중국 건국을 이룬 혁명원로의 2, 3세 자녀들인 훙얼다이(紅二代)와 훙싼다이(紅三代)가 연합 정치단체를 구성하려 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 폐막 직후 연대 서명한 서한을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에 보냈다.
서한은 여러 국정방향에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으로 자신들이 정치적 공개활동이 가능한 민간단체 설립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고위관료를 초청해 공개행사를 개최하고 기금을 모아 활동경비로 사용하겠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쟁명은 이들이 정치단체와 공개활동을 신청한 것은 올 가을 19차 당대회 기간에 정치적 공간을 차지해 일부 권력 분점을 노리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풀이했다.
19차 당대회 이후 권력 재편으로 자신들의 특권과 이익기반이 무너지고 반(反)부패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그 배경이 됐다. 권력분점까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곧이어 당 중앙조직부와 민정부, 공안부 등에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연구회, 국가통일협회, 댜오위다오(釣魚島) 보호 연합회 등의 각종 민간단체 설립을 신청했다.
하지만 단체 설립은 모두 실패했다. 당국은 '현재 심사중', '자료를 보충하라' 등의 회신을 보내 설립신청을 사실상 반려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들이 신청한 각종 공개행사도 모두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시 주석이 격노함에 따라 중국 당국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이들의 활동을 통제했기 때문으로 쟁명은 풀이했다.
결국 혁명원로의 대표 격인 쑹핑(宋平·100)이 지난해 가을 샹산(香山)에서 고위 훙얼다이들과 면담하면서 이권기반의 수정과 함께 그 자녀와 친척들이 경제 금융영역 활동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고 쟁명은 전했다.
지난 6월 9일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安邦)그룹 회장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을 시 주석이 혁명원로 가족에게 본격적으로 칼을 겨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방그룹에 이어 혁명원로 가족의 이권과 관련돼 있던 완다(萬達)그룹, 푸싱(復星), 하이난항공 그룹이 일제히 중국 당국의 압박과 함께 해외 자산 인수행보를 저지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중에서도 최근 완다그룹의 자산투매가 지난 1월 홍콩에서 실종된 재계 거물 샤오젠화(肖建華·46) 중국 밍톈(明天)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토니 사이치 교수를 인용해 완다의 자산투매와 채무감축 조치가 중국 고위층 가족과 거래가 많았던 샤오 회장의 압송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샤오 회장이 중국 당국에 완다를 포함한 기업간 거래, 채무, 지분 관계망을 전달함에 따라 왕젠린(王健林) 완다 회장이 '검은 거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상가, 호텔, 테마파크 등을 매각하며 자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태자당(太子黨)으로도 불리는 이들 혁명원로 가족들은 개혁·개방 시기 대거 경제분야에 진출, 권력을 이용한 부정한 수단으로 치부해왔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 내부의 비공식 통계로는 훙얼다이, 훙싼다이의 80%가 상공 분야에 진출해 억만장자가 됐다. 이중 훙얼다이는 사업에 뛰어든지 평균 5년만에 자산 1억 위안(168억원) 이상의 억만장자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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