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역사 2cm] 체코 농민, 수레와 도리깨로 유럽 최강 군대 이겼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미국과 북한이 군사 공격을 위협하는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놓고 신경전을 펴던 양측은 최근 협박 수위를 격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한다면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기존 우회 압박 대신에 군사 공격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북한이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 직후 나온 반응이다.
북한도 초강경 위협 발언으로 맞섰다.
ICBM급 화성-12호로 미국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는 괌 일대에 포위 사격을 하겠다는 성명을 북한 전략군 명의로 발표했다. 전략군은 북한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전쟁 징후가 보이면 미국 본토는 물론, 태평양 사령부, 한국 등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별도 성명을 냈다.
북한은 군사 최강국인 미국을 위협하지만, 괌 등을 실제로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방어능력을 고려하면 미사일이 목표물에 오기 전에 요격당하는 데다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침공을 받는다면 미국 대신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쟁은 장사정포와 잠수함,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동원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비대칭 전력이라도 한미연합군이 쉽게 격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 군은 자신한다.
다양한 전쟁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워 게임)을 수십 차례 해서 늘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전쟁사를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압도적인 군사 열세를 극복하고 전세를 뒤집은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이반 아레긴 토프트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 논문에서도 이런 사실은 확인된다.
군사 강국과 약소국이 1950~1998년에 벌인 전쟁을 분석한 논문이다.
인구와 군사력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45개 비대칭 전쟁 사례를 분석했더니 의외 결과가 나왔다.
약소국 승리가 무려 55%에 달한 것이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이 동서 진영의 최강국 미국과 소련을 각각 꺾었다.
이스라엘은 중동 강대국들과 치른 세 차례 전쟁에서 모두 이겼다.
인류 역사에서 전투 방식을 약자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성공한 유명인 1호는 다윗이다.
기원전 11세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대표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누가 봐도 불공평했다.
290㎝ 거구인 골리앗이 철갑옷과 큰 창으로 무장한 데 반해 다윗은 막대기와 돌멩이 몇 개를 든 왜소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싸움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다.
다윗의 돌팔매질에 이마를 맞은 골리앗이 쓰러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접근전 대신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완승하는 순간이다.
기원전 264년 로마와 카르타고가 지중해 제해권을 놓고 벌인 전쟁에서도 비대칭 전력의 위력이 입증됐다.
로마가 당대 해군 최강국 카르타고와 해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암울했다. 해군 전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탓이다.
전쟁을 앞두고 군함을 급조했고 해전에 숙달된 선원이나 지휘관이 거의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카르타고군은 지중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로마군을 격파한다.
군함 뒷부분에 장착한 크고 단단한 충각(뿔)으로 함정을 공격해 침몰시키는 전술에 로마군은 맥없이 무너졌다.
지상전 최강이라던 로마군은 적 함정에 접근조차 할 수 없자 바다에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로마군이 전술을 바꿨을 때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로마어로 '까마귀'라는 비밀병기를 활용한 덕에 전세가 삽시간에 달라진 것이다.
까마귀는 군함 뒤에 설치한 길이 10.9m, 폭 1.2m짜리 나무다리로 로마군을 적선으로 옮겨 태우려고 개발했다.
활용 방식을 보면 먼저 로프와 도르래로 까마귀를 높게 들었다가 카르타고 함정이 공격해오면 재빨리 갑판으로 떨어뜨린다.
까마귀 끝에 달린 갈고리는 낙하 힘으로 갑판을 뚫고 들어가 두 배를 단단하게 묶는 역할을 한다.
이때 육군 위주로 편성된 로마군은 카르타고 함정으로 돌격해 백병전을 벌여 대승을 거둔다.
해전에서 승기를 잡은 로마는 지상전에서도 카르타고군을 무찌르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다.
임진왜란 당시 등장한 거북선도 비대칭 무기다.
왜군의 선상 접근을 차단하고 노와 돛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와 장거리포 장착 등이 장점이다.
16세기 아시아 각국의 해군 전략은 조총이나 화살로 적선을 공격하고서 선상 백병전으로 이어지는 게 주류였다.
이순신의 23전 23승 신화의 비결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비대칭 전략이다.
기동력과 포격능력을 앞세워 왜군의 장점인 접근전을 무력화함으로써 연승을 거둔 것이다.
15세기 동유럽 체코에서는 오합지졸 농민군이 유럽 최정예군을 누르는 이변이 생긴다.
로마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성직자 얀 후스를 이단으로 몰아 화형에 처한 게 전쟁 불씨다.
콘스탄츠 공의회는 중세 최대 기독교 회의기구로 교황 권력을 능가할 정도로 막강했다.
얀 후스가 박해를 받은 것은 교회 부패를 비판하고 재산권과 교황 권위를 부정한 탓이다.
후스는 성서 복음만이 유일한 진리라며 성서를 체코어로 번역해서 평신도가 읽도록 하고 면벌부(면죄부)를 더러운 탐욕이자 부패 상징으로 규탄한 것도 미운털이 박힌 이유다.
평신도와 농민, 상인 등 중·하위 계층에서는 후스를 추종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
교회는 후스를 회유했다가 신념을 굽히지 않자 불태워 죽이고 일생 번역한 체코어 성서도 모두 소각해버렸다.
화형 소식에 격분한 후스파 신도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신성로마제국 황제 지기스문트는 1420년 대대적인 진압에 나선다.
로마 교황청도 가세해 유럽 각지에서 병력 총동원령을 내린다.
이들 군대는 수많은 전쟁과 훈련으로 단련된 유럽 최정예 군인으로 구성됐다.
후스파 신도와 농민 군대는 무장 수준이 형편없었고 훈련도 제대로 안 돼 오합지졸이었다.
농민군을 이끈 지휘관은 달랐다. 유럽 곳곳의 내전에서 용병으로 용맹을 떨친 백전노장 얀 지슈카였다.
그는 전쟁터에서 한쪽 눈을 잃은 탓에 늘 안대를 감고 다녔다.
농민군은 전투훈련 대신에 희한한 동작 연습을 반복한다. 깃발과 나팔을 신호 삼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습이다. 오늘날 군 훈련소에 입대하면 기초 과정으로 받는 제식훈련과 닮았다.
특수 무기로는 평소 익숙하게 쓰던 도리깨를 준비한다. 도리깨는 곡식의 낟알을 떠는 데 쓰는 농기구다.
수레진이라는 기상천외한 전술도 마련한다.
철판을 덧대고 소총이나 석궁 구멍을 낸 수레를 여러 대 붙여 거대한 요새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석궁병과 소총병, 도리깨병으로 짜인 농민군은 진압군 2천여 명을 상대한 첫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다.
이들은 적군이 근접할 때까지 대응하지 않다가 지슈카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대포와 소총, 석궁을 일제히 발사했다.
진압군이 쓰러져가며 창으로 수레를 찔렀지만 덧댄 철판 때문에 허사였다. 설상가상으로 농민병이 휘두르는 도리깨에 맞아 줄줄이 쓰러졌다.
지슈카는 공성전에만 쓰던 대포를 최초로 야전에 활용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수레진 등 다양한 비대칭 전략을 활용한 지슈카는 연전연승을 한다.
이후 남은 눈마저 잃고도 싸움을 멈추지 않던 지슈카였지만 1424년 전염병으로 사망한다.
1939년 핀란드와 소련이 한겨울에 맞붙은 전쟁에서는 스키부대가 맹활약한다.
소련군 55만 명이 탱크 1천500대를 앞세워 핀란드를 침공하면서 겨울전쟁이 시작됐다.
소련과 독일이 상호불가침 조약을 체결한지 3개월 만이다.
소련은 군사 요충지 등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거절되자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인구 350만 명의 소국 핀란드의 멸망은 명약관화한 듯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소련군은 악전고투한다.
폭설이 내린 산림지대에서 스키를 타고 신출귀몰하는 핀란드군에 속수무책이었다.
눈 속에서 흰옷을 착용한 스키부대원들은 사격술까지 뛰어나 숲 속에서 측면 공격을 퍼부으면 소련군은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소련군은 영하 40도를 넘는 강추위를 견디지 못해 무수히 죽어갔다. 동사자가 전사자보다 많을 정도였다.
겨울전쟁은 수오무살미 전투에서 절정을 이룬다.
소련군 2개 사단과 1개 전차 여단이 눈보라에 고립된 채 공격을 받아 사상자 약 3만 명이 발생한 전투다.
화염병을 던져 소련군 탱크를 무력화하는 작전도 구사한다.
스페인 내전에서 처음 등장한 화염병은 핀란드에서 '몰로토프 칵테일'로 불렸다.
몰로토프 소련 외무장관이 개전 직후 항공기에서 투하한 폭탄을 굶주린 핀란드 국민에게 제공할 식량이라고 조롱한 데 대한 반격으로 나온 이름이다.
스키부대원들은 소련 탱크 등에 화염병을 던지면서 몰로토프 칵테일이나 마시라고 외쳤다는 일화가 있다.
겨울전쟁에서 화염병 56만 개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쟁 사상자는 소련군 약 20만 명인데 반해 핀란드군은 약 2만 명에 그쳤다.
독일이 불가침조약을 깨고 1941년 소련을 침공한 것은 핀란드전쟁에서 약체로 드러난 소련군의 실체를 확인하고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다.
20세기 최고 명장으로 평가받는 베트남 보응우옌잡 장군도 비대칭 전략가다.
초강대국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벌인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이겨 '붉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1941년부터 베트민(월맹)군을 이끌고 혁혁한 전과를 거둔다. 1954년에는 프랑스군이 항복하고서 철수한다.
전략 기지인 디엔비엔푸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패배했기 때문이다.
1968년 1월에는 병력 8만여 명을 동원해 남베트남 전역에서 미군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가 전세를 바꾼다. 이른바 구정 대공세다.
전투 과정에서 북베트남군 4만여 명이 숨졌지만,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촉발하면서 베트남전 승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상당수 북한군 장교가 보응우옌잡 장군의 '3불(不) 전략'을 공부한다고 한다.
보응우옌잡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강대국 제압 비결이다.
"나는 세 가지를 하지 않았다. 적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택하지 않았고, 그들이 예상한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다”
북한도 남침한다면 우리 군이 생각하지 못한 시기와 장소를 선택할 개연성이 크다.
공격 수단은 생화학무기, 장사정포, 땅굴, 무인비행기, 전략시설 전산망 해킹,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허를 찔리지 않으려면 기존 대비태세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치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워 게임에서 모두 이겼다는 사실이 실전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ha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미국과 북한이 군사 공격을 위협하는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놓고 신경전을 펴던 양측은 최근 협박 수위를 격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한다면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기존 우회 압박 대신에 군사 공격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북한이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 직후 나온 반응이다.
북한도 초강경 위협 발언으로 맞섰다.
ICBM급 화성-12호로 미국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는 괌 일대에 포위 사격을 하겠다는 성명을 북한 전략군 명의로 발표했다. 전략군은 북한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전쟁 징후가 보이면 미국 본토는 물론, 태평양 사령부, 한국 등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별도 성명을 냈다.
북한은 군사 최강국인 미국을 위협하지만, 괌 등을 실제로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방어능력을 고려하면 미사일이 목표물에 오기 전에 요격당하는 데다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침공을 받는다면 미국 대신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쟁은 장사정포와 잠수함,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동원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비대칭 전력이라도 한미연합군이 쉽게 격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 군은 자신한다.
다양한 전쟁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워 게임)을 수십 차례 해서 늘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전쟁사를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압도적인 군사 열세를 극복하고 전세를 뒤집은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이반 아레긴 토프트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 논문에서도 이런 사실은 확인된다.
군사 강국과 약소국이 1950~1998년에 벌인 전쟁을 분석한 논문이다.
인구와 군사력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45개 비대칭 전쟁 사례를 분석했더니 의외 결과가 나왔다.
약소국 승리가 무려 55%에 달한 것이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이 동서 진영의 최강국 미국과 소련을 각각 꺾었다.
이스라엘은 중동 강대국들과 치른 세 차례 전쟁에서 모두 이겼다.
인류 역사에서 전투 방식을 약자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성공한 유명인 1호는 다윗이다.
기원전 11세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대표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누가 봐도 불공평했다.
290㎝ 거구인 골리앗이 철갑옷과 큰 창으로 무장한 데 반해 다윗은 막대기와 돌멩이 몇 개를 든 왜소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싸움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다.
다윗의 돌팔매질에 이마를 맞은 골리앗이 쓰러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접근전 대신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완승하는 순간이다.
기원전 264년 로마와 카르타고가 지중해 제해권을 놓고 벌인 전쟁에서도 비대칭 전력의 위력이 입증됐다.
로마가 당대 해군 최강국 카르타고와 해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암울했다. 해군 전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탓이다.
전쟁을 앞두고 군함을 급조했고 해전에 숙달된 선원이나 지휘관이 거의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카르타고군은 지중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로마군을 격파한다.
군함 뒷부분에 장착한 크고 단단한 충각(뿔)으로 함정을 공격해 침몰시키는 전술에 로마군은 맥없이 무너졌다.
지상전 최강이라던 로마군은 적 함정에 접근조차 할 수 없자 바다에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로마군이 전술을 바꿨을 때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로마어로 '까마귀'라는 비밀병기를 활용한 덕에 전세가 삽시간에 달라진 것이다.
까마귀는 군함 뒤에 설치한 길이 10.9m, 폭 1.2m짜리 나무다리로 로마군을 적선으로 옮겨 태우려고 개발했다.
활용 방식을 보면 먼저 로프와 도르래로 까마귀를 높게 들었다가 카르타고 함정이 공격해오면 재빨리 갑판으로 떨어뜨린다.
까마귀 끝에 달린 갈고리는 낙하 힘으로 갑판을 뚫고 들어가 두 배를 단단하게 묶는 역할을 한다.
이때 육군 위주로 편성된 로마군은 카르타고 함정으로 돌격해 백병전을 벌여 대승을 거둔다.
해전에서 승기를 잡은 로마는 지상전에서도 카르타고군을 무찌르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다.
임진왜란 당시 등장한 거북선도 비대칭 무기다.
왜군의 선상 접근을 차단하고 노와 돛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와 장거리포 장착 등이 장점이다.
16세기 아시아 각국의 해군 전략은 조총이나 화살로 적선을 공격하고서 선상 백병전으로 이어지는 게 주류였다.
이순신의 23전 23승 신화의 비결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비대칭 전략이다.
기동력과 포격능력을 앞세워 왜군의 장점인 접근전을 무력화함으로써 연승을 거둔 것이다.
15세기 동유럽 체코에서는 오합지졸 농민군이 유럽 최정예군을 누르는 이변이 생긴다.
로마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성직자 얀 후스를 이단으로 몰아 화형에 처한 게 전쟁 불씨다.
콘스탄츠 공의회는 중세 최대 기독교 회의기구로 교황 권력을 능가할 정도로 막강했다.
얀 후스가 박해를 받은 것은 교회 부패를 비판하고 재산권과 교황 권위를 부정한 탓이다.
후스는 성서 복음만이 유일한 진리라며 성서를 체코어로 번역해서 평신도가 읽도록 하고 면벌부(면죄부)를 더러운 탐욕이자 부패 상징으로 규탄한 것도 미운털이 박힌 이유다.
평신도와 농민, 상인 등 중·하위 계층에서는 후스를 추종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
교회는 후스를 회유했다가 신념을 굽히지 않자 불태워 죽이고 일생 번역한 체코어 성서도 모두 소각해버렸다.
화형 소식에 격분한 후스파 신도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신성로마제국 황제 지기스문트는 1420년 대대적인 진압에 나선다.
로마 교황청도 가세해 유럽 각지에서 병력 총동원령을 내린다.
이들 군대는 수많은 전쟁과 훈련으로 단련된 유럽 최정예 군인으로 구성됐다.
후스파 신도와 농민 군대는 무장 수준이 형편없었고 훈련도 제대로 안 돼 오합지졸이었다.
농민군을 이끈 지휘관은 달랐다. 유럽 곳곳의 내전에서 용병으로 용맹을 떨친 백전노장 얀 지슈카였다.
그는 전쟁터에서 한쪽 눈을 잃은 탓에 늘 안대를 감고 다녔다.
농민군은 전투훈련 대신에 희한한 동작 연습을 반복한다. 깃발과 나팔을 신호 삼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습이다. 오늘날 군 훈련소에 입대하면 기초 과정으로 받는 제식훈련과 닮았다.
특수 무기로는 평소 익숙하게 쓰던 도리깨를 준비한다. 도리깨는 곡식의 낟알을 떠는 데 쓰는 농기구다.
수레진이라는 기상천외한 전술도 마련한다.
철판을 덧대고 소총이나 석궁 구멍을 낸 수레를 여러 대 붙여 거대한 요새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석궁병과 소총병, 도리깨병으로 짜인 농민군은 진압군 2천여 명을 상대한 첫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다.
이들은 적군이 근접할 때까지 대응하지 않다가 지슈카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대포와 소총, 석궁을 일제히 발사했다.
진압군이 쓰러져가며 창으로 수레를 찔렀지만 덧댄 철판 때문에 허사였다. 설상가상으로 농민병이 휘두르는 도리깨에 맞아 줄줄이 쓰러졌다.
지슈카는 공성전에만 쓰던 대포를 최초로 야전에 활용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수레진 등 다양한 비대칭 전략을 활용한 지슈카는 연전연승을 한다.
이후 남은 눈마저 잃고도 싸움을 멈추지 않던 지슈카였지만 1424년 전염병으로 사망한다.
1939년 핀란드와 소련이 한겨울에 맞붙은 전쟁에서는 스키부대가 맹활약한다.
소련군 55만 명이 탱크 1천500대를 앞세워 핀란드를 침공하면서 겨울전쟁이 시작됐다.
소련과 독일이 상호불가침 조약을 체결한지 3개월 만이다.
소련은 군사 요충지 등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거절되자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인구 350만 명의 소국 핀란드의 멸망은 명약관화한 듯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소련군은 악전고투한다.
폭설이 내린 산림지대에서 스키를 타고 신출귀몰하는 핀란드군에 속수무책이었다.
눈 속에서 흰옷을 착용한 스키부대원들은 사격술까지 뛰어나 숲 속에서 측면 공격을 퍼부으면 소련군은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소련군은 영하 40도를 넘는 강추위를 견디지 못해 무수히 죽어갔다. 동사자가 전사자보다 많을 정도였다.
겨울전쟁은 수오무살미 전투에서 절정을 이룬다.
소련군 2개 사단과 1개 전차 여단이 눈보라에 고립된 채 공격을 받아 사상자 약 3만 명이 발생한 전투다.
화염병을 던져 소련군 탱크를 무력화하는 작전도 구사한다.
스페인 내전에서 처음 등장한 화염병은 핀란드에서 '몰로토프 칵테일'로 불렸다.
몰로토프 소련 외무장관이 개전 직후 항공기에서 투하한 폭탄을 굶주린 핀란드 국민에게 제공할 식량이라고 조롱한 데 대한 반격으로 나온 이름이다.
스키부대원들은 소련 탱크 등에 화염병을 던지면서 몰로토프 칵테일이나 마시라고 외쳤다는 일화가 있다.
겨울전쟁에서 화염병 56만 개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쟁 사상자는 소련군 약 20만 명인데 반해 핀란드군은 약 2만 명에 그쳤다.
독일이 불가침조약을 깨고 1941년 소련을 침공한 것은 핀란드전쟁에서 약체로 드러난 소련군의 실체를 확인하고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다.
20세기 최고 명장으로 평가받는 베트남 보응우옌잡 장군도 비대칭 전략가다.
초강대국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벌인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이겨 '붉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1941년부터 베트민(월맹)군을 이끌고 혁혁한 전과를 거둔다. 1954년에는 프랑스군이 항복하고서 철수한다.
전략 기지인 디엔비엔푸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패배했기 때문이다.
1968년 1월에는 병력 8만여 명을 동원해 남베트남 전역에서 미군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가 전세를 바꾼다. 이른바 구정 대공세다.
전투 과정에서 북베트남군 4만여 명이 숨졌지만,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촉발하면서 베트남전 승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상당수 북한군 장교가 보응우옌잡 장군의 '3불(不) 전략'을 공부한다고 한다.
보응우옌잡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강대국 제압 비결이다.
"나는 세 가지를 하지 않았다. 적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택하지 않았고, 그들이 예상한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다”
북한도 남침한다면 우리 군이 생각하지 못한 시기와 장소를 선택할 개연성이 크다.
공격 수단은 생화학무기, 장사정포, 땅굴, 무인비행기, 전략시설 전산망 해킹,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허를 찔리지 않으려면 기존 대비태세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치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워 게임에서 모두 이겼다는 사실이 실전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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