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안중근' 남자현 지사 증손녀 "든든한 한국서 잘살게요"

입력 2017-08-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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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안중근' 남자현 지사 증손녀 "든든한 한국서 잘살게요"

법무부, 국적증서 수여식…'대한민국 국민' 된 독립유공자 후손 25명



(과천=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증조할머니가 영웅이고 전쟁 시기에 '여자 안중근'이었다고 들었어요. 할머니 영화까지 다 봤는데 마음이 대단히 아팠어요"

'여자 안중근', '독립군 어머니'라 불린 남자현 지사의 증손녀 강분옥(58·여)씨는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11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에서는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에 항거해 목숨을 바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상대로 국적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중국에서 온 강씨는 2012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날은 자신의 권유로 뒤늦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아들 김림위(27)씨를 대신해 행사에 참석했다.

강씨의 증조할머니인 남 지사는 의병활동으로 남편이 전사한 뒤 홀로 아들을 키우다 3·1 운동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만주로 건너가 여성 계몽과 해방운동에 앞장섰다.

남 지사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안윤옥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졌다.


강씨는 증조할머니가 독립유공자란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다만 "혁명하다가 일본놈들 침략할 때 중국으로 가서 하고 후에는 하얼빈 감옥에 갇혀서 사망했다는 말은 엄마한테 들었다"면서 "유공자인지는 몰랐고, 엄마도 할머니가 유공자란 사실을 모르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강씨는 외삼촌의 초청을 받고 "엄마 고향인데 한 번 가보자"란 생각에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고 했다.

그는 1996년 어머니가 당뇨병으로 숨지기 얼마 전 건넨 한 권의 책도 이때 가져왔다. 증조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책이었다.

한국에 올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 없이 가져온 이 책이 강씨 운명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강씨는 "대한민국에 와서 3년가량을 살았더니 환경도 좋고 각 방면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법무부에 국적신청을 하면서 책을 복사해 제출했더니 유공자 후손이라고 확인해줬고 딱 1년 만에 국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2014년 수원에서 한 대학 교수의 역사 강연을 통해 증조할머니의 독립운동에 대해 들었고 "한국에서 사는 게 든든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강씨는 '중국에서의 삶'에 관한 질문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엄마는 중국에서 대단히 곤란하게 살았고, 당뇨병에 걸리셨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 의료보험이 안 돼 돈이 있어야 병을 고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돌아가셨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증조할머니가 대한민국을 위해 이렇게 혁명을 했는데 친손녀가 60살도 안 돼 죽었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며 "엄마가 한국에 왔으면 의료보험이 이렇게 잘 돼 있는데 병 치료도 받고 적어도 10년은 더 살았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는 "아들에게 유공자 후손이라 해도 나라에 손 내밀지 말고 두 손으로 벌어서 남 보란 듯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다 잘 살자고 당부했다"면서 "내가 말은 제대로 못 하지만,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한국이 있다는 것' 하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며 환히 웃어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강씨를 비롯한 독립유공자 후손 25명과 그들의 가족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박찬익 선생의 증손자로 중국에서 온 신영조(57)씨가 후손 대표로 선서했다.

신씨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태극기를 건네받아 힘차게 흔들며 "대한민국 만세"를 큰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암울한 시절 세계 각지에서 독립운동하던 선열들의 정신이 바탕이 돼 우리 민족은 어떠한 폭풍에도 견뎌낼 수 있는 어엿한 큰 나무로 자라날 수 있었다"면서 "후손들도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더 큰 나무로 자라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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