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현, 원촨대지진 피해, 6월 24일 산사태에 또 지진…망연자실
2천m 산넘어 도착한 송판서 공안 차단 "구급·구호차 외에 못 간다"
(송판<중국 쓰촨성>=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지진 발생 다음 날 주자이거우를 빠져나오는 거대한 차량의 탈출 행렬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저녁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쓰촨(四川)성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 일대에 있는 마오(茂)현의 주민 류하이포(劉海坡.36)씨는 연합뉴스 기자가 당시 상황을 물어보자 마치 전쟁 상황을 방불케 했다면서 끔찍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마오현은 지난 6월 24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흙더미가 쓸려 내려오면서 산골 마을 전체를 덮쳐 100명이 넘는 주민이 희생된 지역이기도 하다. 2008년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 진원지인 원촨(汶川)현으로부터 불과 40여㎞ 떨어진 곳이다.
이런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인근 주자이거우에서 또다시 지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류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티베트족·강(羌)족 자치주이기도 한 마오현의 한 장족 주민은 "이 지역은 이번 지진의 지원지에서 200㎞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라 지진 당시 온 동네가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느껴 모두 자다말고 뛰쳐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자는 11일 오전 주자이거우의 지진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출발해 10시간이 걸려 원촨을 거쳐 마오현에 접근했다. 공안들이 곳곳에 검문과 통제를 하고 도로 곳곳이 갈라진 채 낙석이 떨어져 있는 데다 드문드문 비까지 내려 추가 산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지진의 흔적이 역력했다.
도로 100여m마다 낙석이 목격됐고 중장비들과 인부들이 도로를 복귀하는 모습 외에는 일반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막했다.
마오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도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검문 중인 공안이 "더 가면 위험하다"며 차량을 제지하고 막아섰다. 마오현은 주자이거우로 들어가는 1차 관문이자 통제 지점이다.
이 공안 관계자는 "지금 구조 작업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구조대나 공사 차량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면서 "줄 서 있는 화물차도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를 통과해서는 갈 수 없고 헤이쉐이허 쪽으로 돌아서 가야 한다"고 고압적으로 말했다.
마오현으로 오는 길에서 곳곳에서 산사태로 흙과 바윗더미가 도로를 덮친 흔적은 물론 깎여져 내린 산등성이가 다시 무너져내릴 것처럼 무서움을 자아냈다.
공안의 통제로 관광버스와 트럭들이 좁은 도로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줄담배를 피우던 한 중국인 관광객은 "10시간을 기다렸는데 주자이거우 쪽은 안된다고 말한다"라면서 "그쪽으로 가는 차량은 아예 통제하고 있어 몇시간 더 기다려보다가 다시 청두로 돌아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마오현 주민인 왕차오(王超.45)씨는 "지진이 나면서 마을 도로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났다"면서 "이튿날 확인해 보니 도로가 완전히 막힌 곳도 있었는데 지금은 복구 작업이 진행돼 다니는데 큰 지장은 없을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기자는 공안의 만류에도 렌트 차량으로 마오현을 지나 주자이거우에 남쪽으로 100㎞ 지점인 송판까지 갔다. 송판에서는 1시간 정도만 차로 달리면 주자이거우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점으로 중국 당국이 최종 통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단 송판으로 가기 위해 장족들이 이용하는 비포장 도로를 택해 깍아지는듯한 절벽의 2천m산을 넘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탈길이라 밑을 내려다보니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여기서부터는 휴대전화 신호마저 잘 잡히지 않고 험한 산 지형에 제법 큰 낙석까지 널려있어 운전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송판에 이르자 공안이 더는 갈 수 없다고 손짓을 하며 강력히 제지했다.
이 공안은 "여기서부터는 구급 대원이나 복구 차량, 공사 차량 등 정부 허가를 얻은 차만 들어갈 수 있다"면서 그만 돌아가라고 재촉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주자이거우현 강진으로 20명이 숨지고 431명이 다친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 인접한 곳까지 가면서 곳곳의 낙석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구조 및 복귀 차량과 엄격한 통제를 보면서 이 지역이 훨씬 큰 국가급 재난을 맞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빨간 경광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주자이거우를 향해 몰려가는 차들을 보면서, 그와는 반대로 청두로 차를 돌렸다. 그 길에도 여전히 치워지지 않은 낙석 더미를 피하고 치우면서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고 깎아지른 절벽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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