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정부로의 전환] 일하는 정부 자처…저성장·양극화 해결에 앞장

입력 2017-08-13 06:11  

[큰정부로의 전환] 일하는 정부 자처…저성장·양극화 해결에 앞장

재원 마련 방안 미흡해 건전성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도…"증세 더 필요"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이전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 탓에 저성장·양극화가 심화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어서다.

작은 정부에서 벗어나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씀씀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상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지출 계획에 반해 현 정부의 재원 조달 방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재정을 풀다가 재정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가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반부터 솔직히 증세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경제 성장률보다 씀씀이 더 크게 늘린다


문재인 정부는 저성장, 양극화라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뚝뚝 떨어지고 있고 소득 분배도 빠르게 악화하는 모습이다.

초저출산 상태가 10년 넘게 지속함에 따라 고령화도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현 정부의 시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 체질을 양적 성장, 수출 중심에서 질적 성장, 내수 중심으로 개선하고 성장 과실은 가계,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으로 골고루 확산할 수 있도록 경제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그동안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지만,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의지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재정 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점이다.

통상 경상 성장률보다 재정 지출 증가율이 높으면 확장 재정 정책을, 반대면 긴축 재정 정책을 의미한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때는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가 좋으면 정부가 긴축 재정으로 경기 과열을 막는다.

그러나 최근까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이전 정부에서는 총지출 증가율이 경상 성장률보다 떨어지는 해가 적지 않았다.

실제 2016년의 경우 경상 성장률은 4.7%였지만 총지출 증가율은 3.6%로 1%포인트 이상 낮았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포함해 경제정책에서 하는 역할이 지나치게 작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기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일하는 정부'론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경제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대로 쓰일 돈이라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 아동수당 신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돈 쓸 곳은 수두룩







새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출범과 동시에 굵직한 복지 지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소득재분배와 경제적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나랏돈을 쏟아부어 가계를 경제 성장의 주체로 살려내겠다는 구상에 기반을 둔 것이다.

기초연금 인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도 곧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5세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인상은 전 세계 최악 수준인 노인 빈곤율 개선을 위해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내년부터 2021년까지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에는 1년에 약 4조원, 2022년까지 총 21조8천억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같은 날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약 90만명 늘리는 계획도 내놨다. 여기에도 약 9조5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날에는 미용·성형을 제외한 전 의료 분야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30조 6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하면서 재정 부담을 의식한 듯 건강보험 누적흑자와 정부 예산 투입 등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0∼5세 아동에게 지급되는 10만원의 수당 역시 큰돈이 들어가는 복지 정책 중 하나다.

아동수당은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 해결과도 연관이 있다. 보편적 수당 지급으로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디딤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 매년 약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재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인 근로 장려금 지급액도 단독가구의 경우 최대 85만원까지 약 10% 인상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 중이다.



◇ 178조 마련은 어디서…"현재 증세 수준으론 부족"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각종 정책과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178조원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중 세입 확충으로 5년간 82조6천억원을,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세입 측면에서 정부는 첫 세법개정안에 초고소득자,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안을 담았다.

세출의 핵심은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에 있다.

정부는 양적·질적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해 60조2천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최근 각 부처에 재량지출을 10% 감축하라는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내년 정부 예산 재량지출 구조조정을 당초 계획(9조원)보다 2조원 이상 확대한 11조원 수준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재량지출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으로, 공적연금·건강보험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과 상반된 개념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거의 전 부처가 구조조정의 아픔을 함께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 첫해에 확실한 구조조정이 돼야만 앞으로 5년간 임기 내 계획한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서 지출 구조조정 방침을 드러냈다.

그러나 재원 조달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량지출 10% 삭감은 이전 정부에서도 매년 해왔던 것으로, 별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증세도 초고소득자, 초대기업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세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산한 178조원 지출도 실제보다 과소 평가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은 결국 현 정부의 큰 정부 기조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면서도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 직무대행)는 "올해 세제개편 수준 정도로는 세수 증대 효과가 부족하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2천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낮추고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소득세도 전 계층이 조금 더 부담하도록 면세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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