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부산 원도심통합 운명의 한달…"문제는 신뢰"

입력 2017-08-14 07:00  

[지역이슈] 부산 원도심통합 운명의 한달…"문제는 신뢰"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시가 중·동·서·영도구 등 원도심 4개 구 통합 여부를 오는 9월 말까지 결론짓기로 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부산시는 4개 구 가운데 3개 구 지자체장이 3선으로 물러나는 지금이 통합의 최적기이며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정부 인센티브를 받아 원도심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에서 가장 인구와 면적이 작은 지자체인 중구를 비롯한 중소 원도심 지자체의 행정적, 재정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부산시는 우선 통합에 가장 반대하는 중구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적으로 원도심의 중앙이며 통합 명분의 상징인 중구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통합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통합청사 위치를 중구에 두고 통합구 명칭도 중구의 정체성을 살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산시의 이런 배려에도 중구가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구는 과거 수차례 인접 지자체인 동구와의 통합 추진 논의에서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중·동구의 북항재개발 부지 경계 다툼에서 비롯된 부산시의 원도심 통합 추진이 주민 의견과 지역 정체성을 무시한 일방통행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간부들을 동원해 중구 주민과 구의원, 공무원을 개별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평가다.

지난달 서병수 시장의 부인이 중구의 한 식당에서 구민들을 만나 원도심 통합을 역설하다가 현재 4만4천여 명인 중구 주민 수를 1만4천명이라고 잘못 말해 "중구를 얼마나 알고 오셨냐"는 참석자의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원도심 통합에 긍정적이었던 동구와 영도구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동구는 최근 반대가 심한 중구를 제외하고 통합할 수 있다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발언에 대해 "중구가 빠지면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하철·복선전철 등 교통인프라 구축을 원도심 통합의 전제로 부산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영도구는 의회를 중심으로 제안 내용이 실현 가능성이 작고 통합으로 인한 주민 이익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통합 반대 기류가 힘을 얻고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지역 정치권 유력 주자들은 원도심 통합으로 선거구가 바뀌는 불확실한 모험을 하기보다 기존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부산시의 원도심 통합 명분이 학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문제는 당사자인 지자체 주민, 의회가 반대하면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통합 청주시가 했던 주민 투표보다는 통합 창원시처럼 지방의회 의결로 원도심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이 결정된다면 주민 소외 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1994년 첫 통합 논의 이후 3번의 통합시도 실패를 거쳐 18년 만인 2012년 지자체 통합을 결정한 청원·청주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통합시도 초기에 도시지역인 청주시 주민 다수는 통합에 찬성이었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인 청원군의 주민 다수는 통합 반대 입장이었다.


청주시는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이 다수라는 이유로 청원군에 통합을 강요하지 않았다.

'흡수통합이다, 정치적·정략적 야합이다, 주민 간 융합이 힘들다, 농촌이 소외된다, 농업 분야의 지원·투자가 감소한다' 등의 통합 반대 측의 목소리를 듣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청원군민이 3분의 2를 구성한 상생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우려 사항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애초 통합 찬성 34.3%, 반대 65.7%였던 청원군민의 의견은 주민 투표 결과 찬성 79%, 반대 21%로 바뀌어 통합에 이를 수 있었다.

통합 후에도 청주시는 상생협력담당관실을 만들어 75개 통합 상생 과제에 대한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이두영 전 청원·청주통합 시민협의회 사무국장(충북경제사회연구원 원장)은 "지자체 통합 논의는 힘의 대결이 아니라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며 "반드시 행정이 아닌 주민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합 성공 사례로 꼽히는 청주시뿐 아니라 창원시도 지역 간 반목·갈등 등 사회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급박하게 원도심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되며 반대 측 인사가 충분히 참여하는 논의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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