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이 '베이스'에 응원 메시지 넣어 제작
구단에서는 이승엽 등번호와 대전·청주경기 달성 기록이 담긴 현판
'KBO리그 최다승 투수' 송진우 깜짝 등장해 보문산 소나무 분재 선물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하는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받은 첫 은퇴 선물은 베이스와 기록 현판, 소나무 분재였다.
모두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선물이다.
한화 이글스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은퇴 투어 행사를 열었다.
하이라이트는 '선물 공개'였다.
비로 행사 시작이 조금 늦어지면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대전구장 전광판에 이승엽 기념 영상이 흘러나오고, 이승엽이 3루 더그아웃에서 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 위로 걸어 나왔다.
이어 주장 송광민과 이승엽의 동갑내기 친구 박정진, 경북고·삼성 후배 배영수, 대표팀에서 이승엽과 함께 뛴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한화 선수 6명이 그라운드로 나와 꽁꽁 숨겨왔던 '첫 번째 은퇴 선물'을 전달했다. 바로 한화 선수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베이스였다.
한화 선수단은 "이승엽 선배가 수없이 밟으며 활약한 베이스에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물은 더 있었다.
박종훈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승엽의 등 번호 '36'과 한화 홈 대전·청주구장에서 이승엽이 달성한 기록을 새긴 현판을 선물했다.
이 현판에는 이승엽의 좌우명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새겼다.
깜짝 손님도 등장했다.
KBO리그 최다승 투수 송진우 전 야구대표팀 코치가 1루 더그아웃에서 걸어나왔다. 송 전 코치는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안겼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선물이다. 한화 구단은 "대전구장 홈 플레이트에서 보문산 정상에 공이 닿으려면 약 2천600m를 날아가야 한다. 비거리 115m짜리 홈런 23개가 필요하다"며 "비 한화 선수 중 총 비거리로 보문산 정상에 닿을 만큼 대전구장에서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이승엽뿐이다"라고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나무는 보문산의 상징이자, 대전의 시목이기도 하다.
한화가 준비한 3가지 선물로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시작됐다.
이제 남은 8개 구단의 선물 릴레이가 시작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은퇴를 앞둔 선수를 향해 타 구단이 재치 있는 메시지를 담아 선물을 했다.
2012년 은퇴 투어를 한 치퍼 존스(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마이애미 말린스는 낚싯대와 낚시용품을 선물했다. 말린스의 상징은 청새치다. "우리 팀을 낚시하듯 괴롭혔으니 이제는 여가 생활을 하며 쉬라"는 애교 섞인 메시지를 담았다.
2013년 미네소타 트윈스가 뉴욕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아에게 선물한 '흔들의자'는 더 재치가 있었다. 미네소타는 리베라의 컷패스트볼을 치다 부러진 배트를 모아 흔들의자를 만들었다.
시카고 컵스는 2014년 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에게 유서 깊은 홈구장 리글리필드의 점수판에서 숫자 '2'를 떼어내 선물했다. 지터의 등번호가 2번이다.
2016년 양키스가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거포 데이비드 오티스에게 양키스타디움 홈 플레이트에서 오티스가 모자를 벗어 환호에 답례하는 모습을 그린 유화를 선물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앞서 은퇴한 리베라가 선물을 전달해 의미를 키웠다.
KBO리그에서도 상대 팀이 준비한 '이승엽 은퇴 선물'이 올 시즌 후반기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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