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주민 16명 질식…저녁시간대 대형 참사 날뻔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동거녀와 싸운 뒤 홧김에 불을 질렀다가 차량 10여 대를 태워 억대 피해를 입히고 주민 10여 명이 병원에 실려 가도록 한 5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심규홍 부장판사)는 현주 건조물 방화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6)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박 씨는 지난 6월 8일 오피스텔 필로티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합차에 불을 질러 차량 13대를 태우고 주민 16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사실혼 관계인 A 씨와 심한 다툼을 했다. 기분이 상한 박 씨는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인 데다 신부전증으로 투석치료를 받는 처지에 화가 나 옷가지와 이불이 있는 승합차에 불을 질렀다.
불은 주차장 천장으로 옮겨붙었고 다른 차량에까지 번졌다. 주차된 차량 15대 가운데 10대가 전소했고 3대는 일부가 탔다. 피해액은 1억6천여만 원에 달했다.
오피스텔 주민 16명은 건물 복도를 통해 퍼진 연기를 마시고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박 씨의 승합차에는 LPG(액화천연가스) 통 2개가 들어있었고, 대부분의 주민이 귀가한 저녁 시간대였다. 이 오피스텔에는 13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재판부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일부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피고인은 피해를 보상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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