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투어 첫날, 패색 짙은 상황에서 홈런포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은퇴 투어 행사가 열리는 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는 이기는 게 목표고, 은퇴 투어가 열린 날도 그렇다"고 했다.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하는 이승엽은 첫 번째 은퇴 투어 장소인 대전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최종 목표인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이승엽은 '홈런'에 그의 철학을 담았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 첫 행사가 열린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2-8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이승엽이 등장했다.
한화 팬들마저 "이승엽"을 연호했다.
그리고 이승엽의 배트에 맞은 타구가 멀리 날아가자, 한화 팬들도 큰 박수로 은퇴 투어 날 쏘아 올린 홈런을 축하했다.
이승엽은 한화 우완 박상원의 시속 145㎞ 직구를 받아쳐 대전구장 오른쪽 외야 관중석 벽을 때리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솔로포를 쳤다.
이날 이승엽은 어린이 팬 36명을 만나고, 한화로부터 잊지 못한 은퇴 선물을 받았다. 한화 선수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베이스, 대전·청주구장에서 세운 기록을 새긴 현판,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품에 안고 감격에 젖었다.
한화 홈팬들은 '방문 팀 선수'인 이승엽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승엽은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서며 헬멧을 벗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은퇴 투어 행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선 순간, 승부가 시작했다.
이승엽에게 존경심을 표하며 유니폼에 사인까지 받은 '전직 빅리거' 카를로스 비야누에바(한화)는 이날 선발로 나서 이승엽에게 안타를 내주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둘의 맞대결에서는 이승엽의 집중력이 더 돋보였다.
이승엽은 2회 비야누에바의 유인구를 잘 참아 볼넷을 골랐다.
4회 1사 1루에서는 비야누에바를 공략해 2루수 글러브를 맞고 우익수로 향하는 안타를 쳤다. 후속타자 이원석의 중전 적시타로 삼성은 이날 첫 점수를 뽑았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이승엽을 제외한 타자를 손쉽게 요리했다.
한화 타선도 일찌감치 폭발했다.
한화가 1회말 5안타를 몰아치며 4점, 2회 김태균의 투런포로 2점을 뽑으면서 앞서갔다.
삼성 타선은 무력했다. 이승엽 혼자만의 힘으로는 승리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9회초 홈런에 담아 후배들에게 전했다.
이승엽은 이날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을 올렸다. 대전구장 통산 기록은 타율 0.302(416타수 126안타), 29홈런, 86타점 52볼넷 74득점이다.
이승엽은 10일 우천 취소된 경기가 재편성되는 9월에 마지막으로 대전구장을 찾는다.
그때도 이승엽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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