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제헌의회 강행 항의" 베네수엘라 대사 추방

입력 2017-08-12 06:57  

페루 "제헌의회 강행 항의" 베네수엘라 대사 추방

친미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 마두로 정권과 대립각 세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페루가 제헌의회 출범을 강행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항의표시로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추방한다고 디아리오 페루21 등 현지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 디에고 모레로 주페루 베네수엘라 대사를 추방키로 했다면서 대사에게 5일간의 여유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8일 수도 리마에서 열린 중남미 외무장관 회의 결의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외교적 항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부분 우파가 집권한 중남미 10여 개국의 외무장관은 페루의 주도 아래 제헌의회를 강행한 베네수엘라를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제헌의회 해산, 정치범 석방, 조기 대선 실시 등을 촉구한 바 있다.

페루와 베네수엘라는 그간 서로를 향해 독설을 서슴지 않는 등 최악의 관계로 치달아왔다.

월가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지난해 취임한 우파 성향의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취임 이후 차비스모(Chavismo·차베스가 주창한 좌파이념)를 여전히 신봉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왔다.

그는 특히 최근 제헌의회 선거를 놓고 베네수엘라에서 정치혼란이 가중되자 우파 야권을 직접 지지해왔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 페루 등 국제사회는 지난달 30일 마두로 대통령이 강제로 출범시킨 제헌의회가 야권이 장악했던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정권의 독재를 강화하는 도구로 악용했다고 비난해왔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오랜 미국 생활 때문에 미국 억양의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엘 그링고'(중남미에서 미국인을 부르는 말)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적 상황과 우려 사항들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3월에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큰 문제인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중남미는 전반적으로 양탄자 위에 있는 예의 바른 개 같다"는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했고 외교부 장관도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열린 한 기념행사에서 "쿠친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을 위해 미국에 순종하는 '개'이자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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