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 업고 숨가쁜 개혁…국정 안착 속 안보위기 최대과제 부상
파격·소통 리더십 '호평'…적폐청산·소득주도성장·평화구상 제시
내각 인사에 '오점'…개혁입법 난항 속 사드·탈원전 '결단' 요구
北ICBM급 도발에 '운전석' 흔들…中관계개선·외교주도력 확보 숙제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김승욱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촛불혁명'으로 분출된 사회전반의 개혁 요구와 통합의 시대정신 속에서 숨가쁘게 내달려온 문 대통령의 지난 100일은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드러낸 '착근기'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파격과 소통, 감성을 키워드로 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불통과 권위로 상징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확연히 달라진 통치스타일을 선보이며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어루만졌고, 이는 70%를 웃도는 지지율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수위 없이 출범했음에도 적폐청산과 일자리·소득 주도 성장, 한반도 평화구상과 같은 큰 틀의 개혁 어젠다를 속도감있게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새 정부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등 국정운영의 기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촛불민심의 요청에 따라 지난 9년의 보수정권 기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던 국가운영의 틀을 새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0일은 문재인 정부가 안고 있는 한계와 과제도 동시에 드러냈다.
내치(內治)와 외교에 걸쳐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구체화된 정책적 결실로 연결하기에는 대내외적 여건이 녹록지 않음을 확인한 기간이었다.
부족한 인재 풀 속에서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와 '협치'의 부재는 개혁에 필요한 입법과 예산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장애물로 등장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공언에도 갈수록 거칠어지는 북한의 도발과 그에 따라 피어오르는 북·미관계의 전운(戰雲)은 평화구상의 물꼬를 터보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혀놨다.
지난 100일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선보인 가장 주요한 성과물은 탄핵정국에 따른 대내외적 국정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고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국정운영의 면모를 보여준 점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국정의 양대 축으로 삼은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되는 개혁의 큰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속도감있게 인사와 정책에 투영했다.
이는 사실상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이 남긴 정책적 오류와 국정농단 행위를 척결하고 인사와 정책 양면에서 '문재인 코드'를 가시화했다.
세월호 사건과 4대강 문제, 원전, 국정교과서 등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렸고, 돈봉투 사건으로 치부를 드러낸 검찰과 방산비리가 또다시 터진 군(軍) 등 권력기관들을 잇따라 개혁의 수술대에 올렸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활동으로 '댓글공작' 등 각종 정치개입과 불법사찰 의혹이 드러난 국가정보원은 이미 개혁작업이 '진행형'이다.
이 같은 개혁의 큰 물줄기와 맞물려 격식을 깨고 국민들과 '스킨십'을 하는 문 대통령 특유의 리더십은 '불통'의 정치에 답답함을 호소해온 국민 대다수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희생자 유가족을 감싸 안는 모습은 진보진영에, 6월 말 방미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참전 노병들을 위로하는 장면은 보수층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경제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워 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꾀한 점이 주목된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지난달 하순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 일자리와 성장을 견인할 '실탄'을 확보한 것도 성과다. 뜨거운 감자나 마찬가지인 '부자증세'에 시동을 걸었고 참여정부의 정책적 실패를 거울삼아 8·2 부동산 대책도 속도감있게 내놨다.
외교적으로는 장기 표류해왔던 4강(强) 외교를 복원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원칙적 동의'를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특히 첫 정상외교 무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 지지'라는 문구를 공동 성명에 담아냈다. 지난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위험성을 국제적으로 공론화했다.
남북관계에서는 독일방문 당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제시한 '7·6 베를린 선언'이 큰 맥을 이룬다. 긴 호흡으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계와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달성해내기 위한 기본 원칙과 이행경로, 대북 제안을 집대성한 것으로서 국내외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100일에는 요철과 굴곡도 적지 않았다.
최대 오점은 인사였다. 초대내각 인선과정에서 '무원칙' 인사 논란이 불거졌고, 부실한 인사 검증시스템은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노동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낙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린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찬반이 확연히 갈리며 문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대내외적 정책현안이 산적해있는 탓이다.
국내적으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던 사드 배치 문제와 공론화 작업이 진행 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단순히 밑그림을 그리는 차원을 넘어 검찰과 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을 보다 체감도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개혁 추진에 동력을 불어넣는데 필요한 입법 환경이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확정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현 여소야대 구도 하에서는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낼 '협치의 틀'을 구축하지 않고는 올 가을 정기국회 무대에서 '입법전쟁'과 '예산전쟁'을 치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경기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분수효과'를 가시적 지표로 나타내는 게 중요한 과제다. '불퇴전'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8·2 부동산 대책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가 집값 불안을 조장하는 왜곡된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개혁해낼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대외적으로는 새 정부의 외교안보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따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북·미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온존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주도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펴나가는 것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북한의 의도적 외면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무거운 숙제다.
4강 외교도 정상화 궤도에 올랐으나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적지 않다. 당장 G20 정상회의 기간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어렵게 마련한 대중 관계를 순조롭게 살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 위안부 합의 문제와 안보협력을 둘러싼 일본과의 관계설정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 대처하는 것도 새 정부 외교의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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