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어깨 나란히…在伊 조각가 박은선 '조각 성지'서 개인전

입력 2017-08-13 07:00  

거장과 어깨 나란히…在伊 조각가 박은선 '조각 성지'서 개인전

세계적 거장들 전시 엄선하는 피에트라산타서 10월29일까지 전시회

"25년 인생 녹아있는 공간서 작품 선보여 영광"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현대 조각의 거장들이 거쳐간 공간이자, 지난 25년 간의 인생이 녹아 있는 제2의 고향에서 이름을 건 전시회를 선보이게 돼 뜻깊습니다."

티레니아 해에 면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소도시 피에트라산타는 해마다 여름이면 전 세계에서 인파가 몰려드는 고급 휴양지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미술가 미켈란젤로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세계적인 대리석 산지로 유명하다.

질 좋은 대리석이 나오다보니 실력있는 조각가들이 이곳에 자연스럽게 모여들었고, 인구가 약 2만5천명에 불과한 이곳엔 조각을 위주로 한 갤러리만 수 십 곳에 달해 전 세계 조각계의 '성지'로도 불린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절정에 달하는 8월이면, 피에트라산타의 심장부인 산타고스티노 교회와 이 교회의 앞마당 격인 두오모 광장에서는 열리는 전시회는 엄선된 거장들에게만 허용되는 문턱 높은 행사로, 조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올해 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조각가 박은선(52) 씨가 선정됐다.

박은선 씨는 지난 11일 저녁 열린 전시회 개막식을 앞두고 "(현대 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헨리 무어, (부풀려진 인물 등 풍만한 양감을 강조하는 작품으로 낯익은)페르난도 보테로 등의 거장들이 거쳐간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희대 조소과,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원 졸업 후 25년 전 피에트라산타에 정착한 그는 피에트라산타에서 나는 대리석을 이용, 동양적인 곡선과 조형미가 살아있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일구며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과거작과 신작을 포함해 40여 점을 산타고스티노 교회의 내부 공간과 두오모 야외 광장, 피에트라산타 해변에서 선보인다. 이곳에서 한국 작가가 단독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선 작가는 지난 4월부터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의 고도(古都) 파도바에서 대형 조각 작품을 포함해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이례적으로 대형 전시회 2개를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여는 진기록도 세우게 됐다.

박 작가는 "두 전시회를 한꺼번에 준비하느라 살이 많이 빠졌다"며 "피에트라산타 전시회는 지난 2월에 결정됐는데, 올해가 마침 이곳에 정착한 지 25년째가 되는 해라 (전시 수락을)망설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25년 간의 이곳에서의 작품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 이번 전시회가 무척 뜻깊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피에트라산타는 여름이 되면 오롯이 조각 작품만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이 몰리는 곳이라 다른 전시보다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그는 작년 7월에는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세상 어느 곳보다 높은 르네상스의 본산 피렌체에서 현대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미켈란젤로 광장 등 피렌체를 대표하는 공간에서 작품 14점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그동안 이탈리아 곳곳과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굵직한 전시를 소화해왔다.

하지만, '조각 성지'에서 열리는 전시답게 이번 행사는 그야말로 안목 있는 관람객들로부터 작품 구석구석을 평가받을 수밖에 없어 긴장감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마시모 말례니 피에트라산타 시장은 "박은선과 피에트라산타의 관계가 어느덧 25년을 맞이했다. 피에트라산타에서 나는 질료를 이용한 독보적 예술 작품으로 피에트라산타를 세계 속에 소개하고 있는 그는 뛰어난 예술가이자 피에트라산타를 알리는 대사"라며 "그의 작품들을 올 여름 이곳에서 전시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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