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난민구조활동 중단…"안전 우려"

입력 2017-08-13 06:00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난민구조활동 중단…"안전 우려"

리비아 당국 불법난민 단속 강화 여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인도주의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MSF는 "리비아 당국이 불법 난민 단속 활동이 강화됨에 따라 활동가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MSF의 난민 구조 선박인 '프루던스'호를 당분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MSF는 유럽을 향해 조악한 배에 몸을 싣고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선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중해에서 구조 활동을 펼쳐온 비정부기구(NGO) 9곳 가운데 대표적인 단체다.






리비아는 최근 자국 영해 주변에 '수색·구조' 구역을 설정하고, NGO 단체들이 운영하는 구조 선박들에게 이 구역에 들어오지 말 것을 통보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해당 구역에 NGO 구조선들이 접근할 경우 경고 실탄을 발사하는 등 공공연한 위협 행위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MSF는 리비아 당국이 자국 영해를 벗어난 공해상으로 이 구역을 임의적으로 확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MSF는 구조선의 운영은 잠정 중단하지만, 다른 NGO들이 운영하는 구조선에서의 MSF 소속 의사들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MSF는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활동을 펼치는 9개 NGO 단체를 대상으로 마련한 '행동 규약'에 아직 서명하지 않은 곳 중 하나다.

현재까지 이 규약에는 세이브더칠드런, MOAS, 프로엑티브 오픈 암스, 시아이, SOS 메디테라네아 등 5개 단체가 사인했다. 지난 주 불법 난민 방조 혐의로 난민 구조선을 압수당한 독일 NGO 유겐트 레제트와 MSF 등 4개 단체는 이 규약이 난민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비인도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올 들어 지중해 난민 3분의 1을 구조한 NGO들이 리비아 해역에 과도하게 바짝 접근한 채 너무 적극적으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침으로써 난민들의 목숨을 건 지중해행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난민 밀입국 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과 협의 아래 이들의 활동을 옥죄기 위한 행동 규약을 내놓았다. 2014년에는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중 NGO에 의해 목숨을 구한 난민은 전체의 약 1%에 불과했다.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60만 명의 아프리카, 중동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이탈리아는 난민 행렬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사회적, 정치적인 부담이 가중되자 올해 들어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인력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하는 등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거둔 덕분인지 지난 달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전년 같은 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만1천여 명에 그치는 등 최근 6주 동안 이탈리아 유입 난민 수는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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