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지사 비상사태 선포…"주 방위군 동원 가능"
멜라니아 "증오없이 소통하자" 트위터에 자제 호소 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버지니아 주(州)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가 폭력으로 얼룩져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최대 6천 명으로 추정되는 시위대원들이 이날 오전 샬러츠빌에 있는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모여 나치 상징 깃발을 흔들고 '피와 영토'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원 중에는 군복을 입은 이들도 있고, 헬멧과 사제 방패로 무장한 이들도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또 일부는 극단적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휘장을 든 모습이 포착됐다. 군중 속에서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다양성은 집단 사기"라는 구호가 들렸다.
이날 시위 도중 차량 한 대가 군중들로 혼잡한 도로에서 다중 추돌사고를 내 10여 명이 다쳤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버지니아 경찰은 차량 3대가 추돌했으며 부상자가 여럿 발생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고의로 돌진했는지 조사 중이다. 하지만, 혼잡한 상황 속에서 차량 운전자는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는 샬러츠빌 시 의회가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물인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데 항의하기 위해 벌어졌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인물이며, 남부연합 기념물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물로 인식돼 왔다.
앞서 뉴올리언스 등 미 남부에서는 남부연합 기념물이 잇달아 철거됐다.
시위대에는 극우국수주의자, 대안우파 지지자들도 섞여 있었다고 미 방송은 전했다.
이들 시위대에 맞서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 단체 등 흑인 민권단체 회원들이 현장에 나와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원 사이에 주먹질이 오가기도 했다고 현장 목격자는 전했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이날 정오 직전에 최루가스를 발사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 지사는 경찰의 효율적 집회 해산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맥컬리프 지사는 폭력사태가 악화할 경우 주 방위권 투입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전날도 이멘서페이션 파크 주변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져 시위대원 상당수가 연행됐다.
'유나이트 더 라이트'(Unite the Right)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집회를 조직한 제이슨 케슬러는 "법원의 집회허가 명령을 경찰이 어겼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샬러츠빌 버지니아대학은 폭력사태를 우려해 모든 학내 일정을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려가 커지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모두 단합해야 하고, 증오가 옹호하는 모든 것들을 규탄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이런 폭력이 설 곳은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영부인 공식 트위터 계정(@FLOTUS)에 "우리나라는 연설의 자유를 보장한다. 하지만 우리 마음의 증오 없이 소통하도록 하자. 폭력으로부터 어떤 선도 나올 수 없다. 해시태그(#) 샬러츠빌"이라고 썼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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