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대로인 7번가 공식 지정…한국거리 조성사업 1년 만에 결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한인 이민자들의 독립운동 후원 거점이었던 멕시코 남동부 최대 도시인 메리다 시에 '대한민국로(路)'가 생긴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13일(현지시간) 메리다 시내 중심대로인 7번가를 '대한민국로'(Avenida Republica de Corea)로 명명하기로 메리다 시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정에 필요한 메리다 시의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한민국로 명명식을 하기로 했다.
마우리시오 빌라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 시장은 이날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에게 메리다 한인후손회장과 한인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메리다시 중심대로인 알타브리사 지역 7번가를 대한민국로로 명명하기로 한 결정이 담긴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대한민국로 지정은 추진 1년만에 결실을 보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해 8월 메리다 시내 번화가에 한국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대사관은 내부적으로 명칭위원회를 구성해 교수와 역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 7월 중순 대한민국로라는 이름을 메리다 시청에 제의했다.
메리다시는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 반도에 있는 유카탄 주의 주도이자 멕시코 남동부 최대도시로,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과 독립열망이 깊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05년 일본 인력송출회사가 모집한 우리 동포 1천33명이 메리다 지역 내 22개 에네켄(Henequen, 선박용 밧줄 원료를 만드는 선인장의 일종) 재배농장에서 일하려고 이민 온 것이 중남미 지역 최초의 이민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메리다 시와 주변 지역에 3∼5세대 한인 후손 7천여 명이 거주 중이다. 인천광역시는 2007년 메리다시와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다.
전 대사는 "이번 대한민국로 지정이 한-멕 수교 55주년과 한인 이민 112주년을 맞아 결실을 보게 돼 감회가 더 크다"면서 "멕시코 한인이민자들이 추진해 온 독립활동의 역사적 의의를 재평가하고, 멕시코에 거주하는 한인 후손들과 동포들의 자긍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905년 노동이민으로 형성된 메리다 한인사회는 1909년 대한인국민회 메리다 지방회를 창립한 후 사관을 양성하는 기관인 숭무학교를 세웠다. 진성학교와 해동학교도 설립해 민족교육을 했다. 도산 안창호의 가르침에 감명받아 독립자금을 송금했고, 광복 후인 1946년에는 국가재건의연금을 보내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