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일이 아냐"라는 말을 결코 할 수 없는 회사
"직원을 혹사한다?"…"공격적이고 경쟁적인 문화의 산물"
"다른 사람이 불편해해도 끊임없이 다른 의견을 내고 비판적 사고를 하라"
(시애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향후 25년간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의 재산은 이전에 누구도 갖지 못한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부와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로 유명한 옥스팜(Oxfam)이 지난달 말 내놓은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다.
지난달 27일 뉴욕증시에서 아마존의 장중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1천80달러를 돌파하며 베저스를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시킨 바 있다.
이후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베저스는 다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에 이어 2위로 내려앉기도 했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베저스가 조만간 게이츠를 누르고 세계 1위 부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교롭게 두 회사는 모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온라인 서적 판매로 시작해, 미국 성인 2명 중 한 명이 연회비 10만원을 기꺼이 내는 세계 최고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통해 전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70%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으며, 에코라는 홈 스피커를 통해 AI(인공지능) 스피커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아마존.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가장 잘 적응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모든 회사가 나름대로 인재상이나, 사훈 같은 것이 있겠지요. 아마존은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가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문구에 불과하다면 아마존은 이 원칙이 직원 채용과 새 프로젝트 착수 등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홀푸드를 인수할 때도 먼저 리더십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부터 논의했습니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은 마치 종교와도 같습니다. 모든 직원이 이 원칙을 외울 정도입니다."
지난 10일 시애틀에서 기자와 만난 아마존 본사의 한 매니저가 한 말이다.
마치 성경의 십계명처럼 아마존 리더십 원칙은 14개 항의 비교적 간결한 문장으로 돼 있다.
그 첫 번째가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정열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고객 제일주의다. 아마존 홈페이지에 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24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드론 배달을 창안해 낸 것도 고객의 편의를 제1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두 번째는 '오너십' 이른바 주인의식이다. '그건 내 일이 아니야'라는 말은 아마존에선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또 '혁신과 발명을 위해 항상 일을 단순화시키라',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을 향상시켜야 한다', '뛰어난 인재는 기꺼이 조직 전체를 위해 이동시켜야 한다', '최고의 표준을 고집하라', '다르고 크게 생각하라', '계산된 위험을 소중히 여기라'는 등의 어찌 보면 원칙적인(그래서 리더십 원칙인지는 모르지만) 말들이 있다.
그런데 13번 문항에 나온 'Have Backbone'은 좀 특이하다. '기개를 가지라'는 뜻이다. 아마존 직원들은 회의 석상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끊임없이 반대하고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고 한다.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난상토론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설사 그런 행동이 상대방을 불편하고 피곤하게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원칙'에 명시돼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만 듣고 있으면, "넌 도대체 왜 피드백이 없느냐"는 따가운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처음에 한국인이 아마존에 가면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바로 '토론 문화'라고 한다. "침묵과 동의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IT 세계 특히 아마존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점도 그런 문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매니저가 한 말이다.
아마존에 대한 실리콘 밸리의 인식은 곱지 못하다.
"너무 일을 많이 시킨다"라거나, "직장 문화가 너무 공격적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아마존 직원들도 일정 부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은 "리더십 원칙에 적합한 소양을 가진 사람(경쟁적이고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인물)을 선발하고 그들이 최고의 표준을 고집하면서 팀 내에서 공격적으로 논의하는 문화가 그런 얘기의 근원일 것"이라고 말한다. '리더십 원칙'이 직원들을 공격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아마존은 실리콘 밸리 대기업 가운데 이직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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