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사의 다양한 테크 경험 공유…한인 IT 네트워킹 강화하겠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네트워크(인맥)를 통해 사람을 뽑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한국의 잘못 형성된 문화 때문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 사람을 뽑는 것처럼 안전한 방법은 없습니다."
미국 시애틀 한인 IT인들이 처음으로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름도 창의와 발명(창발)이다. 이 모임 이찬희 회장(37·아마존 상품매니저)이 '한인 IT 네트워크의 공고화'가 창발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면서 한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향이자, 최근 가장 '핫'한 기업인 아마존의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젊은 한인 IT 맨들이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소규모 친목 모임으로 시작한 창발은 지난해 10월 첫 콘퍼런스를 하면서 활동을 본격화했다. 현재 페이스북 계정에 등록된 회원 수만 약 5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매달 정기 세미나에도 50명가량이 참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자는 지난 9일 시애틀 다운타운의 한 식당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창발 회원 3명을 만났다.
한인 IT 네트워킹 강화를 얘기하던 도중 모임의 막내 격인 김동찬(34·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개발팀 엔지니어)씨가 "이전에 아마존에 근무할 때 어떤 부서에 중국 사람이 팀장으로 오면 그 부서 전체가 중국인들로 바뀐 적도 있다"며 "그러나 한국인이 팀장으로 오면 오히려 한국 사람을 꺼리고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찬희 회장은 "자질이 충분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팀원으로 뽑아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곳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MBA 출신인 그는 "경영학에서는 네트워킹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한국 사회는 네트워킹을 부정적으로만 본다"고도 했다.
실력도 안 되는 사람이 학연·지연을 통해 더 쉽게 성취하고, 부모의 인맥이 본인의 자질보다 중요한 성공의 요인이 되면서 인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한국인들 속에 내재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테크 기업의 고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리퍼럴(추천)"이라면서 "CEO나 창업주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의 추천이 가장 안전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IT 기업들 가운데 인도와 중국인의 비중이 많은 것도 이들이 서로 끌어주고 도와주는 네트워킹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이 회장은 "실리콘 밸리에는 'K 그룹'과 같은 한인 테크인들의 모임이 여러 개가 있지만, 시애틀에는 이런 모임이 처음"이라면서 "대학생들과 젊은 테크계 지원자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한국의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을 도와 한인 테크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IT를 하는 기업들이나 IT로의 전환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 카운슬링을 해 주는 것도 창발의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그는 전했다.
특히 각 기업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IT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이날 자리에 동석한 스티븐 홍(44·아마존 엑스포트 익스팬션 매니저)씨는 "IT 종사자들이 자주 직장을 바꾸는 것은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김동찬 씨는 "내가 창발에 참여한 이유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그런 얘기를 듣다 보면 발상이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발은 오는 10월 7일 두 번째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주제는 '함께 성장합시다(Grow Together)'가 될 것이라고 한다.
kn020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