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일 소요된 1977년 이후 가장 늦은 연정 구성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 3월 총선을 치른 네덜란드가 5개월간 '무정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타결될지 주목된다.
네덜란드는 지난 3월 15일 총선을 실시한 뒤 13일까지 연정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선일 후 152일째가 됐지만 새 정부를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기록은 지난 1977년 연정 구성 때 208일이 소요된 이후 40년 이래 가장 긴 것이다.
이처럼 네덜란드에서 총선이 끝난 지 5개월이 되도록 새 정부가 출범하지 못하는 것은 네덜란드는 극심한 다당제 체제이기 때문에 소수당이 난립, 4개 이상 정당이 손을 잡아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지만 각 정당이 자신의 정책과 노선을 고집해 연정 협상이 쉽지 않은 탓이다.
입헌군주제인 네덜란드에서 집권을 위해선 하원 의석(150석)의 과반수(76석)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자유민주당(VVD)은 그동안 중도우파 성향인 기독민주당(CD), 중도성향인 민주66당(D66), 좌파 성향인 녹색좌파당(GL)과 두 차례 연정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이에 따라 VVD와 CD, D66는 지난달부터는 GL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연정 파트너로 기독교연합(CU)을 골라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협상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인 D66와 EU에 대해 비판적인 CU가 맞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됐다.
3주간의 휴식 기간을 가진 뒤 지난 주초부터 다시 협상에 나선 VVD와 CD, D66, CU의 협상 대표들은 지난 11일 협상 타결에 낙관적인 입장을 밝혀 연정 구성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VVD 협상 대표는 "네 정당이 몇몇 이슈에 대해 (의견접근을 봐서) 체크 표시를 했다"고 말했고, CU 측 협상 대표도 "많은 영역에서 진정한 진전을 예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D66 측도 "적어도 지난 이틀간의 협상은 유의미했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총리직을 노리는 마르크 뤼테 총리는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의 일원으로 라투아니아에 파병된 네덜란드 장병들을 방문하느라 협상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협상에서 연정 구성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뤼테 총리는 지난 2010년 처음 총리직에 오를 때도 127일 만에 연정 구성 협상을 타결짓고 새 정부를 출범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