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비롯한 정치권 "왜 테러라 부르지 않는가" 트럼프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州)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서 군중을 향해 차량을 돌진한 범인은 20세 백인 남성 공화당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AP통신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전날 샬러츠빌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제임스 알렉스 필즈 주니어로 확인됐다.
필즈는 켄터키 주에서 성장해 최근 오하이오 주 모미로 이주했다. 모미는 인구 1만4천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그의 모친 서맨사 블룸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아들이 버지니아 주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는 줄 알았으나 백인우월주의 집회인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블룸은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와 상관이 있는 집회인 줄 알았다"며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도 많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블룸은 지역신문 '톨레도 블레이드'와의 인터뷰에서 필즈가 주류 보수주의에 대항한 '대안우파' 집회에 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의 정치관에 간섭하지 않았다"며 "집회에 가서 조심하고 평화집회를 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공공자료를 검색해보니 필즈가 작년에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필즈가 2급 살인 1건, 폭력범죄 3건, 뺑소니 1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필즈는 현재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 구속상태에 있으며 오는 14일 법원에서 공소사실을 시인하는지 묻는 인부(認否) 심리를 받을 계획이다.
그는 12일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 집회에 참가했다가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승용차를 몰고 돌진했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이 사건 외에도 당일 벌어진 폭력시위 때문에 수십 명이 추가로 부상했다.
시위 안전을 위해 투입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조종사, 경찰관이 숨지는 사고까지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의 폭력을 규탄하면서도 시위 주최자들을 지목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이번 시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에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있다고 지목하는 대신 여러 편에게 화살을 돌려 규탄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에 백인우월주의 집단의 지지를 받았으며 이를 거부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은 인종주의 확산에 대해 비난과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이번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섰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이번 사태를 국내에서 발생한 테러로 규정하고 미 법무부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상원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샬러츠빌에서 다치거나 사망한 이들을 해 기도한다"며 "이는 국내 테러와 다름없다. 테러로 규정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시위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이 빗발치는 것을 겨냥해 "대통령, 우리는 무조건 악을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며 "그들은 백인우월주의자였고, 이는 명백한 국내 테러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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