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청년 죽음으로 다시 불붙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논쟁

입력 2017-08-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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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청년 죽음으로 다시 불붙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논쟁

도입 14년째 "불법체류 방지" vs "현대판 노예제" 평가 엇갈려

이주·인권·노동단체 폐지 목소리 커져…"사회 공론화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최근 충북 충주에서 27살 네팔 청년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도입 14년째가 된 제도임에도 여전히 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충주시 대소원면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네팔인 이주노동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네팔에서 결혼 직후 돈을 벌어오겠다며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그는 1년 4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그는 유서에서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었지만 안 됐으며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었는데 안 됐다"고 밝혔다.

노동단체들은 '현대판 노예제'에 가까운 고용허가제가 꽃다운 네팔 청년의 생명을 앗아갔다며 즉각 들고 일어섰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단체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고용허가제라는 악법이 수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고용허가제는 도입 초기부터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2004년 8월 처음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국내에 취업을 희망하는 15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에게 취업비자(E-9)를 발급해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 주는 제도로, 체류 기간은 최대 3년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성공적인 이주 관리 시스템으로 정착했다고 평가한다.


산업연수생제의 불법체류 확산과 각종 송출 비리 등의 문제점이 고용허가제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허가제 도입 전 80%에 육박했던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율이 최근 10∼20% 선까지 떨어진 것도 성공적 평가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이 고용허가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 단체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을 꼽는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3년간 회사를 최대 세 번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업주가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이주노동자에게 차별과 강제노동,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의 노동 착취 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2012년 8월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가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에 고용허가제 개정을 권고한 바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여전히 제도 유지를 고수하자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은 A씨와 같은 희생자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며 반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14일 청와대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오는 16일에는 충청권 이주·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세종청사 내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A씨가 숨진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 이주·인권단체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는 더는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제도"라며 "고용허가제를 폐기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전에는 국제사회, 다문화 존중이라는 말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디서나 이주노동자가 죽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 관련 사회적 공론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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