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화인터뷰서 "축구 감독이라는 직업이 다 이런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강원FC 최윤겸 전 감독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밝았다.
최 전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14일 오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능력이 없으면 자리를 비워야 한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최윤겸 전 감독은 '감독직에서 사퇴한 배경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구단이 보낸 보도자료 내용으로 인지하면 될 것이다"며 "축구 감독이라는 직업이 다 이런 것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수화기 너머로는 자동차 깜빡이 비상등 소리가 들렸다. 개인 짐을 옮기는 것 같았다. 최 감독은 "아직 (클럽하우스가 있는) 강릉이다"라고 말했다.
최윤겸 전 감독은 "향후 특별한 계획은 없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팬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말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오랜 공백 기간 힘든 시기를 보내던 와중에 강원FC가 나를 선택해주셔서 K리그에 돌아올 수 있었다. 고마웠다"라며 구단 측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팬들도 많은 사랑을 주셨다. 팬들께 짧게나마 기쁨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로 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게 돼 죄송하다. 그러나 강원FC는 영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선수들과 구성원들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최윤겸 감독은 2015년 강원FC 지휘봉을 잡은 뒤 구단 역사상 최장 기간, 최다승 감독으로 활동했다.
특히 지난 시즌엔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있던 강원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켜 팬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주변에선 최윤겸 감독을 '행복한 감독'이라고 칭했다. 강원 구단이 올 시즌을 앞두고 정조국, 황진성, 문창진 등 리그 간판급 선수를 대거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감독에겐 나름대로 많은 고충이 있었다.
주변의 지나친 기대와 부담감은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베테랑 선수들이 한꺼번에 합류하면서 팀 워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지훈련 파행과 홈 구장 정비 불량 문제 등 경기 외적 문제도 최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최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3위권 내에서 순위싸움을 펼쳤지만, 최근 성적이 고꾸라지자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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