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요도 한몫, 세무당국 "재산은닉" 우려 정보수집 착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서 100년도 더 전에 유럽 등지에서 발행된 옛 동전(앤틱 코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개중에는 한 개에 수백만 엔(수 천만 원)에서 수천만 엔(수억 원)에 거래되는 동전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옛 동전의 높은 인기 배경에는 "역사와 낭만을 즐기려는" 애호가뿐만 아니라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한 투자(?) 수요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제3차자 알기 어려워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개에 1천만 엔(약 1억 원) 이상하는 동전 등 비쌀수록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대상 물건을 사들여 구색을 갖추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쿄(東京)에서 동전판매 업소 유니버설 코인즈를 운영하는 니시무라 나오키 대표는 최근의 시장동향을 이렇게 전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1839년 영국에서 발행된 '우나라이온'(Una And The Lion) 금화는 2012년에 한 개 6만 달러(약 6천855만 원) 정도에 거래됐으나 작년에는 34만7천 달러(약 3억9천600만 원) 정도로 올랐다. 우나라이온 금화는 빅토리아 여왕 즉위 후에 발행된 금화로 발행량이 400개 정도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다. 천재 디자이너로 꼽히는 윌리엄 와이온이 디자인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화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판매액은 3년 전만 해도 1억 엔(약 10억 원)이 채 못됐으나 최근 30억 엔(약 3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앤틱 코인에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100년 이상 전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발행된 금화나 은화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도쿄의 또 다른 코인 판매업체 '다루마'의 오타니 유시 대표는 "최근의 앤틱 코인 붐은 부유층이 투자대상으로 구매하는 영향이 크다"고 귀띔했다.
판매업자들로 구성된 일본 화폐상협동조합은 투자목적의 거래에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홍보담당자는 "일부 해외 코인의 가격 오름세가 너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구입 목적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판매업자는 "고액의 코인 매매는 거의 현금 거래"라고 털어놓았다. 부동산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야 하고 금도 200만 엔(약 2천만 원) 이상의 거래는 구입한 업자가 거래내역을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지만 코인 거래는 그럴 필요가 없어 제3자가 거래실태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유층의 세무상담을 많이 취급하는 사쿠타 요스케 세무사는 "조세 당국이 부유층에 대한 과세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재산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는 세무사도 "운반이 쉽고 감추기도 쉬운 게 코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사 당국도 최근의 코인 투자 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는 수도권의 한 코인 판매업자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통상적인 법인세 조사였지만 세무서원이 "고객명부를 좀 줄 수 없느냐"며 떠보았다고 한다. 이 업자는 거절했지만 "세무서가 정작 노린 건 고객명부였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인을 악용한 탈세 등의 사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국세청 간부는 "재산은닉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세무당국이 고객명부나 거래기록 수집 등 정보수집에 나선 것 같다고 전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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