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안보라인, 전쟁임박설 '김빼기'…'최후수단' 배제는 안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 이후 강경일변도로 쏠리는 듯했던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달라지는 기류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 군 고위 인사들이 13일(현지시간) 잇따라 전쟁 임박설을 부인하면서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이로써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과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 경고에 따라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긴장이 풀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안보·정보 당국의 수장들조차 일각에서 거론되는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김을 빼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핵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어떤 정보도 없다며 일각에서 대두된 전쟁임박설을 부인했다.
폼페오 국장은 "일부에선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 문턱에 있다고 사실로 가정하는데, 나는 우리가 오늘 그 상황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 간 긴장 관계 고조를 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늘 임박한 것은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이성적이고 불리한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물"이라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목적은 "그(김정은)가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도록 허용한 '전략적 인내'를 미국이 더는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같은날 ABC방송에 출연, "10년 전보다는 북한과의 전쟁에 가까워졌지만 한 주 전과 비교한다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 임박 가능성을 일축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 정부가 새로운 경제 제재가 수반된 "확고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려 한다고도 말했다.
방한 중인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도 북한 미사일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우리 모두 전쟁 없이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기대한다"며 외교적 해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전날 한국행 항공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 지도자로서 나는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압박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실행 가능한 군사옵션을 갖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그런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로 실행했을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평화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장관은 기고문에서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나 한국의 조속한 재통일에 관심이 없으며 비무장지대 북쪽으로 미군을 주둔시킬 핑계를 찾거나 북한의 호전적인 정권과는 거리가 있는, 오랜 기간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해하려는 것도 아니다"며 "미 정부가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할 경우에는 군사적 행동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충돌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다.
틸러슨·매티스 장관은 "북한 정권의 행동 방향을 바꾸기 위해 외교적 수단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군사적 선택이 그 뒤에 있다"고 강조했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인터뷰에서 '군사적 해결책의 장전'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하듯 "미군은 매일 장전됐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폼페오 국장은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폼페오 국장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이라는 데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미사일 시험을 또 한다고 해서 놀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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