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정계 흔든 뇌물비리 핵심증인 또 사망…결국 미제 되나

입력 2017-08-14 13:35  

인니 정계 흔든 뇌물비리 핵심증인 또 사망…결국 미제 되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여야 정치인 수십명이 연루된 대형 뇌물비리의 주요 증인들이 차례로 사망하면서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조짐을 보인다.

14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주택가에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사업가 요하네스 말림(32)이 총기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요하네스는 9시간 이상 경찰과 대치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주 요하네스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으나, 그의 자살 동기와 구체적 사망 경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요하네스는 인도네시아 전자신분증(E-ID) 사업 비리와 관련한 핵심 증인으로 여겨졌던 인물이다.

전자신분증 사업 비리는 2011∼2012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5조9천억 루피아(약 5천억원)를 들여 전자신분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조3천억 루피아(약 2천억원)가 유용된 사건이다.

유용된 예산은 전·현직 하원의원 30여명에 대한 뇌물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에 자동 지문인식 장치를 공급한 업체인 바이오모프 론의 대표이사였던 요하네스는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과의 대화가 담긴 500기가바이트(GB ) 분량의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현지 전문가들은 그가 사망하면서 전자신분증 사업 비리와 관련된 정치인들의 혐의 입증이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비정부기구(NGO)인 인도네시아부패감시(ICW)의 아라딜라 시저 연구원은 "요하네스의 죽음은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KPK)에게는 큰 시험이 될 것"이라면서 "부패척결위는 다른 증거를 제시할 증인을 새롭게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이와 관련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골카르당 소속 무스토코웨니 전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정치인 이그네이셔스 물료노가 2010년과 2015년 급사한 데 이어 요하네스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이 거의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증인·피해자 보호기구(LPSK)의 하스토 아트모조 수로요 부의장은 "요하네스는 마치 실질적 위협을 받은 듯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해 온 부패척결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인도네시아 하원의 갈등은 계속 격화하고 있다.

부패척결위는 지난달 17일 전자신분증 사업 비리에 연루된 피의자 신분으로 세트야 노반토 하원의장을 입건했다.

노반토 의장에 대한 기소는 하원이 부패척결위의 수사 및 기소권을 박탈해 유명무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직후 이뤄졌다.

올해 4월에는 전자신분증 사업 비리를 조사한 수사관이 괴한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왼쪽 눈의 시력을 상실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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