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닛산·혼다 등 글로벌 주도권 경쟁…'주춤'하는 한국과 대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일본 자동차 업계가 신흥시장과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추격자였던 한국산 자동차가 판매 부진, 노사 갈등 등으로 주춤하고, 독일 차업계는 배기가스 조작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고하게 다질 호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완성차업계는 다른 업종과 과감하게 전략적 제휴를 하고 첨단 분야 투자도 아끼지 않는 등 재도약에 강력한 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15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일본 자동차산업의 최근 현황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업계 내는 물론 정보기술(IT) 분야 및 벤처기업과 전략적 제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소형차 전문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을 인수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월에는 스즈키와 업무제휴에 나섰다. 그간 고전해 온 신흥시장 소형차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도요타는 현재 인도에서는 라이벌 혼다에도 뒤지는 상황이다. 인도 소비자들은 가격이 수천 달러에 불과한 스즈키나 한국 현대차[005380]를 선호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도요타는 다이하쓰공업 인수 등을 통해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다이하쓰의 인도네시아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16%에 달하며 말레이시아에서도 현지 회사와 만든 조인트벤처가 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7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자회사를 통해 벤처캐피탈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AI 자동운전 등 분야에서 벤처기업에 총 1억달러(1천1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달에는 마쓰다와 함께 16억달러(약 1조8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남부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새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닛산은 지난해 10월 미쓰비시 자동차에 34%를 출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닛산은 중국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현지에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르노-닛산 자동차그룹은 프랑스 데이터 분석 전문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등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혼다도 미래차 분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혼다는 지난해 7월 AI 분야에서 소프트뱅크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완전자동운전 자동차 개발을 위해 구글과도 제휴를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연료전지차의 핵심부품 개발과 관련해 협력하고 있는 미국 GM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로봇과 AI 등 신영역을 담당하는 연구개발조직 'R&D 센터 X'를 개설했다.
보고서는 "일본 자동차산업은 엔진·차체 개발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무기로 피라미드형 산업구조를 구축해 왔다"며 "AI 등 첨단기술로 경쟁 축이 이동하는 가운데 지금까지와 같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친환경차 개발 분야에서도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 분야에서는 우위이지만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등 폭넓은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려면 다른 업체와의 보완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판매 면에서는 앞으로 '소유'가 아닌 '이용'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관련 대응에도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유경제가 향후 자동차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지난해 5월 미국 차량 호출업체 우버 테크놀로지에 출자하는 등 다가올 공유경제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위상이 줄어드는 사이 다른 경쟁 업체는 활발하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하면 앞으로 2~3년 후에는 한국 자동차의 글로벌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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