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용접공·점바치 등의 삶 다룬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일 상영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여기서 가라고 하면?" "가래도 안 갈 거라고 해."
"뜯어도 안 간다고 해?" "응, 안 간다고 해."
6·25 전쟁 때 수많은 피란민의 재회 장소였던 부산 영도다리 아래에서 일생을 살아온 점바치(점쟁이) 배남식·김순덕 할머니의 대화다.
2013년 47년 만에 영도다리가 상판이 들어 올려지는 도개 기능이 복원되고 주변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점바치 할매는 쫓겨나야 했다.
점바치 할매를 비롯한 부산 영도 주변 다섯 인물의 삶을 3년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는 24일 부산에서 개봉한다.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다큐 영화임에도 각종 개발과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등 사회문제를 직접 고발하기보다 인물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메라는 영화 내내 점바치 골목에 마지막까지 남은 두 할매, 어느새 자신만큼 늙어버린 강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강아지 할매, 아직도 물질을 멈추지 않은 노년의 청각장애 해녀, 곧 문을 닫을 조선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용접공 등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 속 인물들은 처한 현실과는 달리 시종일관 유쾌하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이자는 취지로 설립된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가 부산서 처음으로 배급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24일 부산 영화의 전당, 국도예술관, 아트씨어터 씨앤씨, 부산 롯데시네마에서 상영을 시작해 오는 31일 전국으로 개봉관을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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