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왔는데 발 정도는 담그게 해줘야지요"

입력 2017-08-15 08:00  

"피서 왔는데 발 정도는 담그게 해줘야지요"

동해안 너울성 파도 사고 속출…막무가내 피서객에 진땀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휴일인 지난 13일 오후 강원 양양군의 한 해수욕장.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던 젊은 남녀 2명이 자꾸만 해변에서 멀어져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들은 해변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으나 의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자꾸만 멀리 밀려 나가자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행히도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피서객들의 신고를 받고 제트보트를 이용해 현장에 접근한 수상레저 동호인들에 의해 구조돼 해변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인근에 있던 한 피서객은 통제에 나선 해경 직원이 "어제오늘 동해안에서 물놀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며 주의를 당부하자 "정말로 죽은 사람이 있느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시간 속초시 외옹치 해변.

해변으로 밀려오는 높은 파도도 아랑곳하지 않은 많은 피서객이 바닷가에서 물놀이하고 있었다.

파도에 밀려 넘어지고 뒹굴고….

외옹치 해변은 올해는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지 않아 안전요원이 없는 곳임에도 수많은 피서객이 위험을 무릅쓰고 물놀이에 열중이었다.

순찰에 나선 해양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며 바다에서 나올 것을 요청해도 그때뿐이었다.

수상안전요원이 피서객의 해변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속초해변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파도가 높기는 하지만 모처럼 피서를 왔는데 해변에서 발도 못 담그게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상안전요원들은 "일단 통제가 풀리면 많은 사람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되고 만약에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파도에 휘말려 나오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위험해서 안 된다"며 사고 위험성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연 사흘째 너울성 파도가 몰아친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목격된 장면들이다.

너울성 파도로 인한 해수욕장 안전사고가 해마다 속출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2일부터 연 사흘째 너울성 파도가 몰아친 동해안 해수욕장에서는 파도에 휘말린 피서객 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구조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너울성 파도는 대부분이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먼바다에서 바람에 의해 생성된 작은 파도가 다른 파도와 반동을 하여 수심이 얕은 해안으로 밀려오면 점점 세력이 커지게 되고 세력이 커진 파도는 한꺼번에 솟구쳐 해안가에 큰 피해를 준다.

너울성 파도는 태풍이나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되는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지만, 계절이나 시기와 관계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먼바다에서 발생해 육지 쪽으로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에 맑은 날 바람 없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성을 모르는 피서객들이 너울성 파도가 몰아치는 날 바다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있다.

물에 빠져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넘어지면 파도에 말려 들어가 헤어나오기 힘들어 너울성 파도가 치는 날에는 절대로 바다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한 수상안전 요원은 "자신의 수영 실력을 믿고 너울성 파도가 치는 날에도 바다에 들어가려는 피서객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며 "통제에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해경도 "높은 파도로 인한 해수욕장 통제에도 불구하고 물놀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해수욕장 통제는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므로 해변을 찾은 피서객들은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반드시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상청은 저기압의 영향으로 동풍이 유입되는 동해안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광복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mom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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