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혈세 쏟아부은 물류단지에 무인텔 버젓이 '입주'

입력 2017-08-17 07:30  

200억 혈세 쏟아부은 물류단지에 무인텔 버젓이 '입주'

도로 옆 노른자위 땅에 2채 나란히 들어서…밤마다 네온사인 '민망'

주민들 "낯 뜨거운 시설도 투자 유치인가" 영동군 "법적 문제 없어"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이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2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조성한 황간 물류단지에 버젓이 무인텔이 들어선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영동군은 법적으로 물류단지 내 숙박 시설 입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혈세를 들여 무인텔 건립을 지원한 꼴이 됐다"며 비난하고 있다.




17일 영동군에 따르면 황간면 마산리 경부고속도로 황간IC 인근 황간물류단지 안에 최근 지상 3층짜리 무인텔 2채가 나란히 들어서 영업하고 있다.

무인텔이 자리 잡은 곳은 새로 개설된 도로에서 잘 보이는 노른자위 땅이다.

황간 물류단지는 영동군과 동원시스템즈㈜가 공동 설립한 황간물류단지㈜가 2012년부터 3년간 214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26만3천㎡ 규모인데, 도로 등 공공시설을 제외한 분양면적은 17만5천㎡다.

형태는 민·관 공공개발이지만, 준공 뒤 미분양 용지의 80%를 군에서 떠안는 바람에 결국 개발비 대부분을 혈세로 충당했다.

무인텔 업주는 2014년 단지 내 1천305㎡를 분양받았다. 당시 분양가격은 3.3㎡당 40만원이었다.

숙박시설을 지을만한 주변 토지 가격이 3.3㎡당 100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물류시설의 개발·운영에 관한 법'에는 물류단지 기능 증진을 위한 주택과 숙박·운동·위락·근린생활시설을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군은 이 적용해 근거로 무인텔(숙박시설) 입주를 승인했다.

군 관계자는 "기타 지원시설로 분류되는 숙박시설 부지는 물류시설(29만9천280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값에 분양됐고, 다른 지역에도 무인텔이 들어선 물류단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주민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인텔이 물류단지 기능증진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주민 신모씨는 "공장이나 창고 같은 생산·유통시설이 들어서야 할 물류단지에 낯 뜨거운 무인텔이 먼저 자리 잡았다"며 "자칫 물류단지와 지역 이미지 훼손까지 우려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무인텔이 밤마다 네온사인을 환하게 밝히고, 민망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 등을 길거리에 내걸면서 지역사회와 갈등도 생기고 있다.

황간면사무소 직원은 "무인텔에서 내건 불법 현수막을 떼어달라는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며 "순박한 농촌이어서 무인텔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간 물류단지는 준공 2년이 넘도록 분양률이 81.5%에 머물고 있다. 물류창고 9곳과 생산시설 8곳, 근린생활시설 9곳과 분양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영동군의회 정진규 의원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산업시설에 무인텔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업종"이라며 "분양 당시 숙박시설 형태 등을 따져보고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당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고, 계약 주체도 민간과의 합작 법인이었다"며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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