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살아남기' 출간…군인 돕는 과학·의학 소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예고 없이 찾아오는 설사는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존재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아수라장 속 군인에게 설사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오사마 빈 라덴 생포 작전 중이던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대원이 설사와 싸워야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군사 과학 연구에 몰두하던 미국인 저술가 메리 로치(58)의 궁금증을 새롭게 자극한 대상 중 하나는 "극도로 긴급한 적", 설사였다.
로치는 평소 시신 활용법('인체 재활용')이나 우주인들의 생리현상 처리 방식('우주다큐') 등 우리가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는 주제들을 마음껏 취재하고 풀어놓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저자는 신간 '전쟁에서 살아남기'(원제: Grunt-The Curious Science of Humans at War)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서의 설사"를 파고든다.
그는 아프리카 지부티의 외딴 미군기지를 찾아가 군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임무 때 바지에 쌌던 경험은 많다. 그냥 싼다. 걱정은 나중에 한다. 계속 나아가서 임무를 완수한다." 식당에서 만난 특수작전 부대원의 설명이다.
저자가 무뚝뚝한 군인들을 어렵사리 인터뷰하며 이 문제를 취재한 까닭은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병사들에게 화약과 총알보다 더 치명적"(19세기 의사 윌리엄 오슬러)이라는 설사를 멎게 하려고 연구에 매달려 온 사람들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가령 재수화액을 마셔 설사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군사 과학이라고 하면 흔히들 원자폭탄이나 폭격기, 독가스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소재는 우리가 익숙한 군사과학이 아니라, 전쟁터의 다양한 위협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책은 총알과 파편, 열기와 습기를 막아줄 군복을 만들 수는 없는지, 급조폭발물(IED)로 부상한 군인에게 성기를 이식할 수는 없는지, 상처에 구더기를 들끓게 하면 어떻게 될지 등 다소 엉뚱하지만 중요한 군사 과학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사람들은 (군사과학이라고 하면) 전투를 벌이고 폭탄을 터뜨리고 진군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그러한 소재들은 회고록 작가와 역사가에게 넘기련다. 이 책은 전투가 벌어진 뒤에 실험복 자락을 휘날리면서 달려가는 과학자들과 외과 의사에게 표하는 경의다."
열린책들 펴냄. 이한음 옮김. 3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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