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 주선 형식…"오판 막을 협상창구로 뉴욕 채널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미국과 북한이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물밑대화를 하면서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의 미국 방문까지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밝혔다.
이 신문 외교안보 분야 전문 칼럼니스트 조슈 로긴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북·미 양측이 최 국장의 8월 말 방미를 추진했으나 사전 여건 조성을 위한 협상이 결렬돼 지난달 불발됐다고 밝혔다.
로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과 미국 고위급 접촉 계획을 담당해온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주(駐)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최 국장 방미 건도 추진해왔다.
이는 이른바 '뉴욕 채널'로, AP통신은 앞서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셉 윤 대표와 박성일 차석대사의 접촉이 정기적으로 이어져왔다고 보도했다.
이 채널은 북한 수용소에 수감됐다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 문제를 협상할 당시에도 적극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긴은 협상과 관련된 소식통들을 인용, 조셉 윤은 북한 고위 관리들과의 대대적 접촉을 추진했고 북한 역시 최선희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8월 말 뉴욕으로 보내려 준비했다고 밝혔다.
WP 보도에 의하면, 최 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8월 말 뉴욕에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과 만나는 '투트랙' 논의를 추진했다.
이 만남은 미국의 비영리 정책 싱크탱크 전미외교정책위원회(NCAFP)가 초청, 주관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일각에서는 북한 대표단이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조셉 윤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최선희 국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지난달 취소됐다.
미국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게 비자를 내주기 전, 북한에 수감된 미국인 수감자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를 바랐지만, 북한이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서라는 것이 로긴의 설명이다. .
이로써 북한과 미국의 물밑접촉은 두 번째로 불발됐다. NCAFP는 지난 3월에도 양측의 회담을 주선하려 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조셉 윤 대표와 박 차석대사의 '뉴욕 채널'이 마지막으로 가동되고 불과 며칠 뒤, 북한 정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대를 향해 군사적 위협을 운운하며 격렬한 '설전'에 돌입했다.
WP는 북한을 향해 미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쏟아낸 발언의 어조·수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비공식적 메시지도 비교적 일관됐다고 전했다. 조건만 맞으면 대화할 것이지만 대북압력 강도도 높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WP는 만약 미국과 북한 양측이 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뉴욕 채널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판을 피하기 위한 비상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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