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전에 다니던 보험회사가 보낸 악의적인 '평판조회' 결과 때문에 이직이 좌절된 싱가포르의 유능한 보험설계사가 5년 소송 끝에 명예를 회복하고 거액의 보상금도 받게 됐다.
1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전직 보험설계사인 라메시 크리시난(47)이 자신의 전 직장인 AXA싱가포르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XA측이 작성한 사실과 다른 '평판조회'로 라메시의 이직이 좌절됐다면서, 보험사 측에 400만2천600 싱가포르달러(약 3억3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평판조회'란 기업이 경력직원을 채용할 때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채용 대상자의 이전 직장 근무당시의 평가 결과를 문의하는 행위를 이른다.
문제는 '보험왕' 타이틀까지 차지한 15년 경력의 유능한 보험설계사였던 라메시가 회사 측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 2011년 경쟁사인 푸르덴셜로 이직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푸르덴셜은 라메시의 전 직장인 AXA에 평판조회를 의뢰했고, AXA는 "그의 보험유지율이 형편없었다. 고객들이 그에게서 제대로 된 설계를 받았는지 우리는 매우 우려했다"는 내용의 평판 조회서를 보냈다.
AXA의 평판조회 결과를 토대로 푸르덴셜은 영입을 포기했다. 이직이 좌절된 라메시는 이듬해 소송을 전 직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3년간의 소송 끝에 지난 2015년 법원은 AXA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상소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상소법원은 AXA측이 피고용자에 대한 '주의의무'(注意義務)를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푸르데셜이 라메시를 고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소법원의 의견을 받아들인 고등법원은 "AXA측이 보낸 평판조회사는 라메시가 경쟁력이 없는 인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었다. 이는그가 최고의 재무설계사라는 평가를 받았고 회사 측이 그의 이직을 만류했던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직 실패후 지난 5년간 채식주의자 카페에서 일해온 라메시는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다시 보험영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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